롯데·포스코·현대重 등
내년 경영 빨리 대비하려 인사 시기 앞당기기로
현대차·한화·CJ, 수시 인사…삼성·LG는 12월 초 실시
오너家 승진·승계도 관심
[ 정인설 / 최진석 / 정지은 기자 ] “조직 전체가 초긴장할 정도로 예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고위 임원은 올해 연말 정기인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밖으로는 중국의 거센 추격과 일본의 제조업 부활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안으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와병 중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으로 전자 계열사는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분위기를 쇄신하지 않고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SK, LG 할 것 없이 모든 대기업이 연말 인사에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이겨낼 수 있는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여기저기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활용해온 ‘수시인사’가 재계로 확산되고 현대중공업과 한화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늘어난 수시, 빨라진 정기
연말 인사 태풍 조짐은 부쩍 늘어난 수시인사 확산으로 감지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과 현대차 정도가 연말 인사철 구분 없이 수시로 사장단 인사를 시행해 조직 분위기를 다잡았다. 올해엔 SK와 한화, CJ 등도 수시인사 카드를 꺼냈다. 위기감을 불어넣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인사전략의 일환이다.
한화는 연말 인사를 앞두고 지난 10일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을 그룹 컨트롤 타워 수장인 경영기획실장으로 발령했다. 계열사 실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말 CJ가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대표를 바꿨다. 현대차는 매년 2~3차례였던 수시 인사 횟수를 늘렸다. 지난달까지 벌써 2명의 부회장과 4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정기인사 시기는 빨라지고 있다. CEO 진용을 새로 구축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포석이다. 롯데와 포스코가 조기 인사 방침을 정했다. 롯데는 매년 1~2월 실시하던 인사를 올해는 연말에 시행하고 포스코는 인사 시기를 내년 3월에서 1월1일로 앞당겼다. 해마다 11월 말 인사를 해오던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달 16일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LG는 반대로 5대 그룹 중 가장 빠른 11월에 인사를 하다 올해는 12월 초로 시기를 바꿨다.
○물갈이 폭에 관심 집중
지난해만 해도 삼성 정기 인사의 핵심은 ‘전자 DNA’의 확산이었다.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다른 계열사로 전파하기 위해 삼성전자 출신 임원들이 다른 계열사 CEO나 고위 임원으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예년보다 그룹 전체 승진자는 줄어도 삼성전자 출신 승진자는 늘었다. 올해는 180도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쇼크로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60% 이상 감소해 예년 같은 승진잔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SK도 승진 폭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력 계열사 실적이 부진해서다. 기업분석 업체인 한국CXO연구소는 매년 증가했던 100대 기업의 임원 수가 올해엔 작년보다 200~300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승진 인사는 줄어도 물갈이 폭은 커질 전망이다. 한화가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바꾸며 인적쇄신의 신호탄을 날린 데 이어 실적이 부진한 포스코와 롯데도 대대적인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 인사에선 그룹 총수뿐 아니라 오너 2세, 3세 경영자 승진이나 경영권 승계 여부도 관심 사항이며 계열사 합병과 구조조정에 따른 CEO 이동도 관전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정인설/최진석/정지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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