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韓·美정상 '약식 회담' 논란
대북 정책, 한·미·일 협력 필요성 등 논의
의제조율 제대로 안돼…장소·시간 급히 잡혀
[ 정종태 기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오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식 회담을 하고 북핵 위협에 따른 대북 공조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한·미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다. 두 정상은 지난해 5월 박 대통령 방미 때 처음 회담한 데 이어 올해 3월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 방한 당시 회담 등 세 차례 만났다.
이날 두 정상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이징 외곽 휴양지 옌치후(雁栖湖)의 호텔에서 만났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하지만 회담은 정상 업무 오찬이 끝난 오후 2시께부터 시작해 20분 만에 끝나 공식 회담이라기보다는 환담 수준이었다. 회담장도 정상회의가 열린 장소 내 소규모 회의실에 마련됐으며 배석자는 공식 회담보다 적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한정했다. 정상회담 후 통상적으로 발표하는 공동 성명도 없었다.
이날 회담 결과는 민 대변인을 통해 구두로 전달됐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회의 단합된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평화통일 구상을 설명했고,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에볼라 대응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민 대변인은 설명했다. 양측은 또 한·미·일 3국 간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전날 저녁 APEC 정상 갈라 만찬에서도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걸으며 한 차례 대화를 나눴다.
한편 이날 한·미 정상회담 장소와 시간은 오찬에 임박해 급박하게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대표단이 전날 늦게 베이징에 도착하는 바람에 회담 시간과 의제 등을 조율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한때는 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양국 회담 준비 실무단은 우여곡절 끝에 이날 업무 오찬 직후와 정상회의 세션2가 끝나는 오후 4시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마지막 조율을 벌이다 오찬 후로 회담 시간을 확정했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 세션2가 끝난 오후 늦게 박 대통령을 직접 찾아와 짧은 환담을 나눴다고 민 대변인이 전했다. 애벗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한·호주 FTA 비준 등 양국 간 실질 협력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베이징=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