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 쇼핑 나선 外人…한국서만 '지갑' 안여는 까닭

입력 2014-11-11 14:45
[ 권민경 기자 ]

미국 양적완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이달 들어 외국인이 다시 아시아 주식을 매수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대만, 인도 등에서 지갑을 열고 있는 것과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지갑을 꺼내길 주저하는 모습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실적 부진과 원화 약세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인도·대만서 순매수…한국은 여전히 매도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대만에서 9억 달러(한화 약 9791억원) 어치 주식을 매수했다. 인도에서도 4억 달러(4352억원) 어치를 담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2억50000만 달러(2719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9월~10월에도 국내 주식 24억 달러(2조6152)억원 규모를 매도했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과 이날 매수로 돌아서긴 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지 않는 이유로 한국 기업의 실적 부진을 우선 꼽았다.

LIG투자증권이 분석한 올해 한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연초 대비 20% 하향 조정된 반면 같은 기간 아시아 신흥국은 5.3% 하향 조정에 그쳤다. 아시아 신흥국 내에서 한국과 경쟁 상대인 대만 기업의 EPS는 오히려 14% 상향 조정됐다.

이 증권사 투자전략 담당 오태동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전망이 아직까지 뚜렷한 반전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한국 기업 실적도 저조한 상태"라며 "이 때문에 한국 주식 시장은 투자 선호도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 환율 변동성 완화· 기업 실적 개선 여부 '관건'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의심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원화의 급격한 약세도 외국인이 한국 주식에서 맘을 돌리도록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9월 이후 원화는 달러 대비 8.1% 절하되며 세계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원화 약세가 지속될수록 환차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마음놓고 투자할 수 없는 환경인 셈이다.

실제 달러 강세가 심화됐던 9월 이후 주요 국가의 달러 기준 주가 수익률을 보면 한국 주식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률이 부진한 그룹에 속했다. 한국과 더불어 그리스, 브라질, 포르투갈, 러시아 등 자국 통화 약세에 시달린 지역들도 수익률이 저조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원화 약세 등 환율 변동성이 우선 진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실적과 경기에 대한 전망은 느리게 변하는만큼 환율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 특히 한국 기업의 성장 정체가 몇년 간 이어지면서 외국인은 환율 방향성과 환 변동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왔는 설명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시황 담당 연구원은 "환율 변수를 제외하곤 한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 조정을 야기했던 핵심 변수가 안정을 되찾았다"며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 등 환율 변동성이 잦아드는 시점에서 외국인의 본격적인 순매수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 며칠 간 환율 변동성이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강달러 요인 중 하나인 유로화의 추가 약세 진행과 엔달러 환율의 오버슈팅 가능성을 감안하면 당장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서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도 "글로벌 통화 변동성의 완화와 원화의 고점 통과를 확인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적 여유를 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 위험 지표 하락으로 유럽계 자금 등 귀환 가능성

일각에선 거시 환경 변화에 힘입어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발 먼저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세계 경기 모멘텀(동력) 지수가 연중 최고 수준인데다 금융시장 위험 지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우려가 고조되기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포함한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 지표가 기대 이상을 보였고 유로존 지수도 최근 의미있는 반등을 나타냈다"며 "금융시장 위험 지표 역시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와 그리스 재정위기가 부각됐던 10월 초 연중 최고 수준을 찍은 뒤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 스트레스 지수나 씨티 매크로 인덱스 등 유사 위험 지표를 봐도 금융 시장 전반적인 위험 수준이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 연구원은 "거시 환경 개선에 힘입어 규칙적인 투자 행태를 보이는 외국계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특히 위험 지표 하락과 관련해 9월 1조원 이상의 순매도를 보였던 유럽게 자금 흐름이 개선될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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