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소위 13일 스타트…여야 대격돌 예고
與 "무상복지 비용, 지방 부담이 원칙"
野 "박근혜표 예산 5조 깎아 지원해야"
[ 은정진 / 임원기 기자 ]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무상복지 재원 부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여야 간 격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행 법률에 따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 예산의 지방 부담 원칙을 강조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부담해야 할 복지예산을 지방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무상복지 재원 문제가 내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심사과정에서 여야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야, “정부가 무상복지 책임져야”
청와대는 9일 브리핑을 통해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누리 과정 예산을 반드시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누리과정, 무상보육에 대한 국가의 완전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 동안 부자감세 100조원,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100조원 적자의 책임을 호도하고 국민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무상복지 논쟁을 재점화하고 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며 “이번 기회에 무상복지라는 표현보다 국민에 대한 기본복지, 의무복지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투명한 복지, 제대로 된 복지, 진짜 필요한 분들을 위한 착한 복지를 하려면 재정 현황 파악이 우선”이라고 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았다.
○세법 개정안 곳곳 ‘암초’
여야 간 무상복지 공방은 내년 예산안 및 세법개정안 심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야당은 새해 예산안 중 ‘박근혜표 예산’ 5조원가량을 삭감해 이를 무상보육·급식 예산으로 전용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13일 열리는 조세소위도 첨예한 격돌이 예상된다. 현재 여야는 경기침체로 세수가 부족한 만큼 일정 수준의 세수 증대 방안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야당은 ‘부자 증세’를 외치는 반면 여당은 경제활성화를 통한 세수 증대를 주장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이른바 ‘3대 패키지(근로소득증대세, 배당소득증대세, 기업소득환류세)’와 담뱃세 인상 등을 부자 감세 및 서민 증세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이른바 ‘슈퍼 예산’ 편성에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돈으로 복지예산을 충당해야 한다는 것.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국세 몫으로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난관에 봉착했다. 야당이 “담뱃세의 기본 성격인 지방재원 확충과도 맞지 않는 데다 중앙정부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는 꼼수”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간 빅딜설 나돌아
다만 여야 일각에서는 상호 절충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담뱃세를 매개로 여당은 개별소비세 신설을,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맞교환하는 막판 ‘빅딜’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예산 편성 및 세제개편을 정치권의 주고받기식 타협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적 여론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은정진/임원기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