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反포퓰리즘 전사 홍준표, 3년 전에는?

입력 2014-11-05 16:36

(도병욱 정치부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가 '반(反)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전사'로 나섰습니다. 홍 지사는 지난 3일 “내년부터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경남교육청이 도의 감사를 거부한 게 결정적 계기라고 하지만, 더이상 초·중·고교의 무상급식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합니다. 홍 지사는 기자회견 직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산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데도 무상급식을 하다 보니까 학교 시설 개·보수나 교원 처우 개선은 뒷전이 돼 버렸다”며 “포퓰리즘의 전형이다”고 비판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홍 지사의 결정을 계기로 ‘무상 시리즈’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포퓰리즘에 앞장섰던 홍 지사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하니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홍 지사는 실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서민정책특별위원장을 맡았던 2010년과 당 대표를 지냈던 2011년 당시 ‘우파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하게 사용했습니다.

2010년 8월 5일 서민정책특위 2차 회의에서 “저는 우파 포퓰리즘이라도 해보자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게 대표적입니다. 홍 지사는 당시 “국가 재정을 파탄 내는 포퓰리즘, 좌파가 국민을 선동하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나쁜 것”이라며 “포퓰리즘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민특위위원장을 맡으면서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불리는 헌법 119조 2항도 여러 차례 거론했습니다.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에는 조선일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우파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재정을 파탄시키지 않는 친서민적인 인기영합정책은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정치”라며 “반값 등록금과 서민복지 확대, 전월세 상한제 등은 모두 헌법적 근거를 두고 있는 좋은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홍 지사의 발언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좋은 우파 포퓰리즘’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우파 포퓰리즘과 좌파 포퓰리즘 모두 국가재정을 악화시킨다는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권 내 대표적 포퓰리스트로 불렸던 홍 지사가 3년만에 반 포퓰리즘 전사로 돌아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홍 지사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무상복지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반면 홍 지사의 측근들은 “홍 지사는 원래 무상 시리즈에 대해서는 반대했고, 이번 결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며 “재정 여건을 무시한 무상복지를 반대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홍 지사의 진의가 무엇이든 간에, 무상복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차기 대선판에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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