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양적완화 후폭풍
强달러 시대 글로벌 환율 전쟁 (2) 딜레마에 빠진 유럽
유로화 6개월새 12%↓
日 추가 양적완화 여파로 수출경쟁력 '반감' 우려
ECB 6일 통화정책회의…추가 대책 나올지 관심
[ 김은정 기자 ] 일본은행이 기습적으로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유럽중앙은행(ECB)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본 엔화가치 하락에 다시 가속도가 붙으면서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는 유로화 약세를 유도해온 ECB가 연내 보다 과감한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ECB도 ‘환율 전쟁’ 동참하나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올 들어 두 차례 시중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6월엔 저리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시행을 발표했고, 9월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05%로 0.1%포인트 낮추면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본드(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 매입 계획을 밝혔다. ECB의 이 같은 조치는 유로화 약세로 이어졌다.
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유로당 1.2484달러에 거래됐다. 2012년 8월 이후 2년2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화가치는 올 5월 1.3993달러로 2년 반 만에 최대를 기록한 뒤 6개월간 11%가량 하락했다. 유로화 약세는 유로존의 수출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일본은행이 작년 4월 이후 연간 60조~70조엔을 풀어오던 데서 최대 20조엔(약 190조3000억원)을 늘려 80조엔을 풀기로 지난달 31일 결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엔화가치 하락이 가속화하면 유로화 약세를 통해 수출 확대와 물가 상승을 노렸던 ECB 정책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ECB가 시행 중인 ABS와 커버드본드 외에 국채 등 매입자산 범위를 넓히는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 조치로 유로화 대비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 ECB는 보다 적극적으로 유로화 약세를 유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가 일본은행과 환율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도 “ECB가 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미국식 양적 완화 도입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적인 ECB·독일 반대 관건
전문가들은 당장 6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 완화 확대 여부가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주요 정책 결정이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왔던 전례를 고려해서다. BNP파리바는 “오는 12월께 ECB의 추가 양적 완화 조치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CB가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처럼 국채를 사들이는 전면적인 양적 완화를 시행하기에는 장애가 많다.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국채를 매입하게 되면 ECB 지분율에 따라 각 국가의 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분율이 높은 독일 등에만 돈이 집중적으로 풀려 유로존 전반의 경기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작을 수 있다.
또 유로화가치 하락은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과 유로존 내 소비 증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4% 오른 것으로 집계됐지만 할인매장과 신제품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CPI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실제 증가율은 제로(0) 수준일 것”이라며 “ECB의 양적 완화 확대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이나 영국 등과 달리 양적 완화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던 ECB의 보수적인 성격이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