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권노갑 상임고문의 ‘반기문 마케팅’ 배경은?

입력 2014-11-03 20:23

(고재연 정치부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김무성 카드’를 견제하기 위한 대안으로 ‘반기문 카드’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야권 내에서도 ‘반기문 마케팅’에 적극 나선 이가 있습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이자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일 “반 총장 최측근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해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권 고문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의 상당히 가까운 측근 두 사람이 반 총장이 훌륭한 인물이고, 국가적으로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 만큼 새정치연합에서 영입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반기문 새누리당 영입설’에 대해서는 “여권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이미 여당 (후보로는) 안 가겠다는 게 그 분들(반 총장 측근) 말씀”이라고 말했습니다. 핵심 측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가까운 측근”이라며 말했습니다.

반 총장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권 고문은 “첫째, 직업 외교관으로서 커리어가 충분히 쌓여 있고, 둘째 사람이 온건하고, 셋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적인 지도자로 우뚝 서 있어 우리나라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반 총장 영입 후 대선 후보 간 ‘교통정리’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권 고문은 “우리가 (반 총장을) 영입을 해 경선을 시켜야 한다”며 ‘다른 후보들과 같은 위치에서 경선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다. 그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라고 답했습니다.

권 고문이 반 총장 영입에 공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반 총장의 ‘새누리당 영입설’이 흘러나올 때부터 권 고문은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만나 반 총장을 차기 야권 주자로 지속적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야권 원로인 그가 ‘반기문 마케팅’에 힘을 쏟는 배경이 궁금해지는데요.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 인사는 ‘구민주계의 친노 견제론’이라는 시각으로 ‘반기문 마케팅’을 분석했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아직까지 야권 내 대권 지형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동교동계가 ‘반기문 카드’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많은 친노무현계 인사들이 ‘반 총장은 참여정부의 작품’이라며 출마설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보탭니다.

결국 차기 대권주자로 나설 ‘세자’가 없는 여당의 친박계와 야당의 동교동계가 ‘반기문 카드’로 영향력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반기문 대망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반 총장의 의중입니다. 반 총장은 차기 대선 출마와 관련해 “몸을 정치 반, 외교 반 걸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본인의 진의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야 특정 계파의 ‘미련’만으로 ‘반기문 대망론’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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