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협상 막바지…농업 운명, 中 진출에 달려
韓 농식품 경쟁력 높이려면 기업 노하우 절실
152만개 경영DB 구축…빅데이터로 보조금 유용 차단
[ 고은이 / 조진형 기자 ]
“한국 농식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자본과 경영 기술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의 역량을 농업에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축산물 가공, 유통, 수출 부문에서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해 나가다 보면 농업과 기업이 질서 있게 상생하는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0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가능성 고조 등으로 개방 물결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농식품 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은 기술과 정보, 자본을 갖춘 기업과의 협업에 있다는 것이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사회)=한·중 FTA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나.
▷이동필 장관=막바지 협상이 치열하다. 한·중 FTA에서 농업 분야를 제외하고 가기는 쉽지 않다. 한국 농업의 현실을 최대한 (협상 결과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이번 FTA를 계기로 한국 농업도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 논농사의 경우 기계화율이 95% 이상으로 세계와 어깨를 겨룰 만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밭농사 수준은 아직도 형편없다. 한·중 FTA는 밭작물과 과수, 축산 부문 경쟁력을 키울 기회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동시에 한·중 FTA는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진출 시 신선채소보다는 가공식품이 더 경쟁력 있는 것 아닌가.
▷이 장관=한국 농업의 운명이 중국 시장 진출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안전한 식품에 대한 열망이 크고 한류 열풍까지 불고 있어 한국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가공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검역, 통관, 물류 부문을 모두 정비해 한국 가공식품의 중국 수출이 용이해지도록 돕겠다.
▷김 의원=해외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기업 참여가 필요하지 않나.
▷이 장관=그렇다. 수출첨단농업화를 위해선 농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아직도 농업과 기업 간 신뢰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다. 농업 쪽에선 기업이 밥그릇을 뺏는 것 아닌가 의심하고, 기업 쪽에선 자칫하다간 발목 잡힐까 우려한다. 우선 서로 인정하는 분야인 가공·유통·수출에서 상생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가면서 조금씩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농업 기술 개발이 공급자 위주로만 이뤄져 현장 밀착성이 떨어진다.
▷이 장관=현장 중심, 수요자 중심의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연구개발 결과가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애쓰는 중이다. 가축분뇨 처리방안 등 오랜 세월 문제로 지적됐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7대 핵심 문제를 골라 투자하고 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농업 분야에도 풀리지 않은 규제가 많다. 민박집에서 아침식사만 내놓으려 해도 식품위생법 같은 규제에 걸린다.
▷이 장관=알고 있다. 농가단위에서 가공업이나 유통, 관광업을 하려고 하면 일반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기준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불필요한 규제들을 찾아내 완화해나갈 것이다. 농가 민박이 제공하는 조식도 국민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격이나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하고 있다.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농업 분야에 통계나 빅데이터를 활용할 방안이 있나.
▷이 장관=과거 해오던 농업 관련 통계조사를 의례적으로 이어갈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 수요가 뭔지 알아낸 뒤 각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형태로 통계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해 취임 후 200억원을 들여 152만개 농업경영체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어느 농가가 직불금을 얼마나 받아갔는지, 성과는 어떤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보조금 유용 문제를 상당한 수준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수매한 양곡을 북한에 과감히 지원할 생각은 없나.
▷이 장관=인도적 지원은 비정치적이고 과거에도 비료나 농자재를 제공한 적이 있기에 여건만 조성된다면 가능하다. 농식품부를 비롯해 산림청, 농촌진흥청, 농어촌공사 등 유관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했다. 언제든 북한을 지원하고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은이/조진형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