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국회 원구성이 늦어지거나 파행·공전할 경우, 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하거나 구속된 상태일 경우 관련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세비를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혁신위는 그동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내려놓기, 출판기념회 금지, 의원 세비동결 등의 실천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나름 의지가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될 일이 아니다. 당직자 낮술금지나 국회의원 항공기 이코노미석 이용 등 지엽말단의 개혁이나 생색내기 식의 실천방안은 말할 것도 없다. 비대한 국회 권력 그 자체를 개혁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노조위원장까지 탄원서를 보내도 일하는 기업인들을 국감장에 기어이 불러다 앉히는 국감 횡포를 지금도 지켜보고 있다. 툭하면 국회가 공전되고, 경제활성화 법안은 논의조차 안된 채 먼지만 쌓여간다. 당장 국익이 걸려 있는 한·호주 FTA 비준동의안도 한 달째 묵혀 있다. 의원입법이 홍수인 것과 너무 대조된다. 19대 들어 의원입법은 1만844건이나 된다. 17대(6387건) 16대(1912건)보다는 이미 많고 역대 최대라는 18대 전체(1만2220건)에 육박하는 정도다. 이런 의원입법에는 정부 부처가 부탁하는 '청부입법', 각종 직역단체 등이 미는 민원입법이 들어 있다. 입법로비, 입법장사라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입법권 남용에 따른 폐해가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결국 국회 권력의 비대화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이런 국회를 견제할 곳은 국회밖에 없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국회에서 경제를 살리자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 권리를 더욱 강화시킬 뿐인 개헌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의원의 무노동 무임금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권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국회 권력 자체를 깨는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도 바로 이것이다. 국민이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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