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률 쇼크] 부동산發 내수 부진…中 올 성장률 '톈안먼 충격'이후 최저 될 듯

입력 2014-10-21 22:41
부패 척결·부동산 구조조정 진통
소비·투자 모두 끌어내려…수출도 불안
모기지 규제 완화 등 '타깃형 부양' 늘릴 듯


[ 김동윤/오광진 기자 ]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3분기에 7.3%를 기록하면서 다시 둔화세로 돌아선 것은 투자와 소비 부진 탓이 크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16.1%)은 블룸버그통신의 예상치(16.3%)는 물론 1~8월(16.5%) 수준을 밑돌았다.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도 올 들어 11%대에 그쳐 지난해의 13%대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中 개혁 진통 예상보다 커

투자와 소비 부진은 정부의 경제구조 개혁에 따른 진통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경기둔화 요인이 중국 경제 내부에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파이낸셜타임스)는 것이다. 성라이윈(盛來運)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도 21일 “구조조정의 진통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과잉산업과 부동산에 대한 구조조정이 투자와 소비에 영향을 줬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악화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문이 부동산”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70개 주요 도시 가운데 전월 대비 신규 주택가격이 떨어진 곳은 지난 4월 5곳에 불과했지만 5월 35곳으로 급증한 데 이어 꾸준히 늘었다. 올 들어 9월까지 주택판매액도 전년 동기 대비 10.8% 줄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져든 건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부패척결 운동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에서 정경유착된 집단들이 보유 주택을 헐값으로 내놓고 있다”(경제관찰보)는 최근 보도가 이를 보여준다. 부패척결 운동으로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이 늘면서 투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명품 소비도 줄고 있다는 게 최근 골드만삭스 보고서의 분석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악화가 소비심리까지 얼어붙게 했다.

◆도·농 주민 소득 격차는 감소

그러나 중국 당국은 “3분기 경제성장세가 합리적인 구간에 있다”(성 대변인)고 진단한다. 중국이 추진해온 경제체질 전환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은 올 들어 9월까지 신규 일자리 1000만개를 창출해 연간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다. 물가는 9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6%로, 2010년 1월 이후 최저치 수준의 안정세를 보였다.

농촌 주민 소득증가율이 도시 주민 소득증가세를 웃돌면서 도·농 주민 간 소득격차도 줄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최근 유럽 순방에서 “경제 성장률이 7.5% 밑으로 내려가더라도 취업 물가 도·농소득균형 등이 개선되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구조 개혁에 따라 이뤄지는 진통의 수위와 기간이 불확실한 게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성 대변인은 “중국 경제가 전통적인 성장동력과 신성장동력의 교체기에 있지만 후자의 규모가 아직은 작아 경기 하강 압력이 비교적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신소비로 적극 육성하는 전자상거래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온라인 쇼핑 증가율은 49.9%로 같은 기간 소매판매 증가율의 4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중국 소매판매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8%(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유럽 경기 악화에 따라 수출 경기 전망도 어둡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등 서방의 국제기구는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올해 중국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7.5% 안팎)를 밑돌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칭화대 세계경제연구센터는 올해 성장률을 7.4%, 중국국가정보센터는 7.3%로 예상했다. 톈안먼 사태 충격이 가시지 않던 1990년(3.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철도 등 인프라 확대 추진

중국 당국이 대출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농촌과 중소기업 대출에 주력하는 은행에 유동성 공급 등 부진한 부문만 골라서 자금을 공급하는 ‘타깃형 부양책’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대출 기준금리 인하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성 대변인은 “적절한 시기, 적절한 강도의 미시적 조정으로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지급준비율 인하나 기준금리 인하조치를 취할 뜻이 없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일단 지난달부터 시행한 시중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 확대(총 1조1000억위안)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 등 인프라 건설 사업 확대도 추진 중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오광진 중국전문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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