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부동산시장, 글로벌 빗장 풀어라

입력 2014-10-19 22:27
박영신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9·1 부동산대책 약발’이 시들해졌다. 대책 발표 직후 나타났던 ‘즉각 반응’이 한 달 만에 피로감에 빠진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3주째 보합세에 머물고 있다. 반면 전셋값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또 다른 단발성 대책 마련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 대책 남발은 자제해야 한다. 정책신뢰도 추락하고, 불황 타개와 시장 선진화도 멀어질 수 있다.

9·1대책 장기효과를 기대했던 정부·업계는 상심이 클 것 같다. 효과 반감 주범으로 관련 대책 입법화를 지연시키고 있는 국회를 지목해 손가락질한다. 전문가들은 거시적인 부동산시장 침체 해소 차원에서 보면 ‘허망한 삿대질’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공급과잉 등이 얽힌 구조적 불황상태여서 단순 규제완화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완화만으론 불황 탈출 不可

정부는 이제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대한 강박과 조급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정책방향을 부동산시장 글로벌화에 맞추고 부동산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박람회·이벤트) 시장 활성화와 투자이민제 확대 등 당장 실현 가능한 것부터 추진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수천억~수십조원대의 투자유치와 분양·매매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글로벌 오픈 플랫폼’이 국내엔 전무하다.

중국은 한국보다 부동산시장의 글로벌 소통에서 크게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매년 100회 이상의 투자박람회와 투자이민전시회, 콘퍼런스 등이 펼쳐진다. 아시아권 부동산MICE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매회 80~100여개 해외 개발업체들이 참가한다. 수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방문해 개발사업에 투자하고 주택·빌딩·호텔 등을 사들인다. 하지만 한국 개발업체들과 분양업체들은 이런 전시회에서 찾아볼 수 없다. 홍콩 유럽 미국 중동권 박람회에도 한국은 없다.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부동산투자박람회(시티스케이프 글로벌)에도 한국은 없었다.

2010년에 도입한 부동산투자이민제를 확대해야 한다. 이 제도는 일정액의 외국인 부동산투자자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외자유입이 제주에 몰리긴 했지만, 국내 부동산시장의 해외투자 유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각적 글로벌 투자유치 시급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왔다. 부동산투자이민제는 해당 국가의 국력을 보여주는 징표다. 제주는 중국인들이 단기간에 몰리면서 규제방안이 언급될 정도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규제에 나서면 정책신뢰를 잃고, 국제 부동산투자시장에서 한국 위상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외국인들의 후속 투자도 끊길 수 있다. 선진국들은 이럴 때 조용히 대응 전략을 썼다.

국내 부동산투자이민제는 이제 시작 단계다. 경제자유구역, 새만금지역, 인천·강원·부산 등 투자이민지역과 같이 외국개발자본이 절실한 곳에선 투자실적이 거의 없다. 제도·운영·홍보·마케팅이 부진한 탓이다. 중국 홍콩 유럽 등에서 열리는 부동산투자이민 박람회·콘퍼런스에도 한국은 구경할 수 없다. 유럽 미국 등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관련업계가 공동 마케팅에 나선다. 정부·지자체는 제도와 행정서비스·인센티브 등을 홍보하고, 개발업체는 투자유치와 상품분양에 열을 올린다.

박영신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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