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즉시연금 활용법
[ 조재길 기자 ]
막 퇴직하기 시작한 712만여명의 베이비부머 중 은퇴 준비가 잘 된 사람은 드물다. 자녀 양육에다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까지 지고 있는 ‘낀 세대’이기 때문이다.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위한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통계다.
상당수는 살던 집만 한 채 가진 상황에서 정년을 맞고 있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퇴직금을 받더라도 노후 생활자금으로 쓰기엔 넉넉지 않다. 이처럼 준비없는 은퇴를 맞게 된 베이비부머라면 ‘연금화’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 평생 받아 온 월급처럼, 남은 생애 기간 고정 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집과 퇴직금(목돈)을 연금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주택연금과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집 담보로 평생 생활비 타는 주택연금
주택연금은 노후에 집을 맡기고 평생 생활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역모기지론이다. 금융자산이 별로 없고 일정한 소득도 없는 고령층이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연금액은 가입자 나이와 주택가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70세(부부 중 어린 배우자 기준)의 주택연금 가입자가 3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맡기면 올해 기준으로 매달 99만원씩 받을 수 있다.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받는 ‘종신형’을 선택했을 때 기준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집값 추이 등을 근거로 매년 연금액을 조정하지만, 기존 가입자의 수령액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정부의 정책성 제도이기 때문에 나이, 재산 등 가입자격에 제한이 있다. 우선 주택 소유자의 나이가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주택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면 연장자의 나이가 60세 이상이면 된다.
또 집값이 9억원 이하이며,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는 부부여야 가입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자녀가 소유한 주택은 별도로 계산하기 때문에 관계가 없다. 가입자(부부)가 사망하면 담보로 잡은 집을 경매에 넘겨 청산하는 구조다.
주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가입 당시 약속한 연금을 그대로 보장한다는 점이다. 노후의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들은 매년 ‘보증료’(잔액 대비 연 0.5%)를 납부하는데, 집값이 하락해 주택금융공사 손실이 커질 것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료다. 또 정부가 지급을 100% 보증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5억원 이하 주택을 맡긴 연금 가입자에게는 재산세도 매년 25%씩 감면해 준다.
부부 가입자 중 한 쪽이 먼저 사망해도 나머지 배우자가 연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다.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상속인이 연금수령액을 갚는 조건으로 집을 물려받을 수 있다. 집을 처분한 금액이 받은 연금보다 많으면 남은 부분을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모자랄 경우에도 상속인에게 부족분을 청구하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지든 오르든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
목돈이 필요할 때 추가로 언제든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담보의 일정 부분을 남겨둘 수 있다. 자녀의 결혼자금이나 의료비, 주택담보대출 및 보증금 상환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담보 대출한도가 높게 잡히면 매달 수령하는 연금액이 줄어든다.
주택금융공사에 맡긴 주택이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주택소유권이 일시 상실되는 것이어서 연금 지급이 정지된다. 주택금융공사는 재건축·재개발 중이라도 연금이 계속 지급되는 걸 골자로 한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실화하면 기존 주택연금 가입자도 모두 소급적용을 받는다. 담보 주택이 조만간 재건축·재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라면 주택연금 관련 규정이 개정되는 걸 보고 가입해도 늦지 않다.
즉시연금, 목돈 주고 ‘비과세 월급’
즉시연금은 목돈(퇴직금)을 맡긴 뒤 가입자가 정한 기간 또는 사망할 때까지 일정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10년 넘게 수령하겠다고 약속하면 처음부터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부동산 등 고정자산은 어느 정도 있지만 정작 안정적인 연금 가입이 부족했던 사람들이 고려할 만한 대안이다.
즉시연금은 생명보험회사에서만 판매하는 연금보험의 일종이다. 가입할 수 있는 나이는 만 45세 이후부터다. 최장 80~85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최저 가입금액은 보통 500만원이다. 다만 500만원을 한꺼번에 넣어봤자 매달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워낙 적기 때문에 보통 5000만~1억원 이상 넣는다. 통계를 보면 즉시연금에 3억원 이하로 넣는 사람이 전체의 90% 정도에 달한다.
즉시연금의 연금 수령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줄곧 연금을 수령하는 방식의 ‘종신형’, 일정 기간 원리금을 나눠받는 ‘확정기간형’, 매달 이자만 받다 사망 때 원금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상속형’ 등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일반 가입자 입장에선 종신형 즉시연금이 가장 유리하다.
종신형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거꾸로 생각하면 쉽다. 목돈을 넣어놓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분할해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종신형 즉시연금에 한 번 가입하면 중도에 해지할 수 없다. 5년, 10년, 20년 등 일정 기간 원리금을 나눠서 지급하는 확정기간형 즉시연금의 경우 월 수령액이 가장 많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장수 리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노후 대비라는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세제 혜택도 없다. 전액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 상속형은 원금은 손대지 않고 이자만 매달 일정액을 받다가 피보험자가 사망한 뒤 사망보험금이 일부 추가돼 잔여 자금을 유족이 받는 구조다. 계약자와 피보험자를 달리하면 계약자가 사망한 뒤 계약자를 변경해 연금을 세대 이전할 수 있다. 상속세 납부재원으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즉시연금에 가입했을 때 가장 큰 리스크는 금리 인하다. 보험사들이 고객을 유치하려고 고금리를 제시했다가 나중에 확 낮출 수 있어서다. 은퇴계획을 짤 때 향후 연금액이 지금보다 적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본처럼 제로금리 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