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이주수요 기대
매매가 수천만원 올라
신규분양 문의도 빗발
[ 김하나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이 재건축 연한 단축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부상하자 인근 영등포구 아파트도 들썩이고 있다. 목동의 대규모 이주 수요에 대비해 미리 아파트를 선점하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인근의 아파트를 구입해두면 거주는 물론 투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주변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가 발표 전에 비해 몇 천만원씩 오르는가 하면 신규분양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다.
12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대표 아파트 시세가 상승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가 하면 호가도 부쩍 오른 모습이다. 영등포구 당산동5가에 위치한 ‘당산 삼성래미안’ 전용 115㎡의 지난 7월 실거래가는 8억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8억4000만원에 매수세가 붙었는데도 집주인이 팔기를 주저하고 있다. 전용 97㎡의 실거래가는 7월 6억9900만원이었지만 10월에는 7억2500만원으로 뜀박질했다.
당산동 ‘강변 래미안’ 아파트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전용 55㎡의 실거래가는 두 달 새 4억원에서 4억1600만원으로 올랐고, 전용 79㎡의 경우도 같은 기간 1500만원 올라 4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당산동 A공인 관계자는 “목동 주변에 집을 알아보는 이들은 대부분 자녀가 장성한 50~60대”라며 “목동에 전세로 살고 있는 30~40대 부부들은 목동 소재 학원 차량이 다니는 단지를 중심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강서, 목동 수혜지역 부상
목동은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할 예정이다. 1단지는 지난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다. 1986년도에 지어진 2~6단지는 2016년부터 재건축할 수 있다. 1987년에 준공된 8~10단지와 1988년 지어진 7단지는 2017년부터 재건축에 나설 수 있다. 12~14단지는 2018년부터 추진이 가능하다. 사실상 목동신시가지에 있는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 가시권인 셈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관리처분인가부터 준공까지 평균 4년 정도 걸린다. 전세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주 후 재계약을 한 번 정도는 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서울의 높은 전셋값 상승률까지 고려하면 향후 예상치 못한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영등포구, 강서구 일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는 목동이나 여의도 거주자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아크로타워 스퀘어’를 분양하는 대림산업의 손병희 차장은 “9·1부동산대책 이후 분양에 대한 문의가 갑자기 많아졌다”며 “여의도와 목동 재건축 아파트에 사는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기존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인근 영등포의 새 아파트로 이주하려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아크로타워 스퀘어’의 홈페이지 접속자 수는 9·1부동산대책 이후 8배 증가했다. 전화문의도 평소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모델하우스를 열기 전 미리 마련했던 홍보관에는 한 달여 만에 1500여명이 다녀갔다. 이 단지는 영등포7가 일대의 기존 노후 주택을 헐고 짓는 재개발 아파트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과 가깝다. 7개동, 1221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이 중 655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신규 분양 아파트 문의 급증
삼성물산이 분양하는 ‘래미안 에스티움’도 수혜단지다. 목동신시가지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보라매병원, 고려대의료원 구로병원, 한림대부속 강남성심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대형 병원과 홈플러스, 이마트, 사러가시장 등이 주변에 있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7층의 19개동으로 구성된다. 전용면적 39~118㎡ 1722가구 규모다. 이 중 788가구가 일반분양 분이다.
강서구에서는 현대건설이 강서 힐스테이트를 분양 중이다. 목동신시가지와 직선거리로 약 3㎞ 떨어져 있다. 전용 128㎡와 152㎡ 등 일부 가구를 최대 21%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 발코니 무료확장, 잔금유예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37개동, 2603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서울의 주택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주 수요자들은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는 데다 준공기간 동안 편히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