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다시 긴장모드
[ 전예진 기자 ] 10일 오후 경기 연천지역에서 대북 전단(삐라)을 두고 발생한 총격전으로 남북관계는 다시 긴장 상황에 들어갔다. 지난 3일 북한 최고위 실세 세 명이 방한한 이후 해빙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1주일도 안돼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남북이 이달 말 또는 내달 열기로 했던 남북 2차 고위급 접촉도 빨간불이 켜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신뢰 프로세스’도 난관을 만나게 됐다.
북한이 쏜 총탄이 우리 측 민간인까지 거주하는 지역에 떨어진 것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4년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사격 의도를 삐라 살포에 대해 우리 측에 강력하게 경고하고 북한의 단호한 입장을 드러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포격은 우리 측에 인명 손실은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대북 전단 살포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에 대해 공포심을 유발해 우리 사회에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도발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남북 간 극도의 긴장 관계를 형성해 삐라 살포를 둘러싼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 2차 고위급 접촉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은 50% 정도로 예상한다”며 “재개되더라도 북한이 군사 도발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의제가 상당히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북 간 긴장감이 조성돼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의 물꼬를 트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 당국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이 줄었다”고 전망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마주 앉더라도 북한은 삐라 살포에 초점을 맞추면서 항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남북한의 근본적인 발전방안 논의는 뒷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사격 직후 긴급하게 내부회의를 소집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이날 상황 발생 직후 내부회의를 즉각 소집해 북한의 의도와 상황의 심각성 등을 파악하고,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북한의 발포와 우리 측의 대응사격 및 피해 여부 등을 즉각 보고했으며,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각 수석실에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 해법을 둘러싼 박 대통령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급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출국을 하루 앞둔 13일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남북관계 현안을 포괄적으로 점검할 예정이어서 박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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