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도약 이끌 한국 대표기업 - 조선·해운·철강
[ 최진석 기자 ]
조선·해운·철강업종은 바닥을 쳤을까.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장기 침체의 영향권을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그러나 아직 고비가 있다. 세 업종 모두 풀어야 할 숙제는 ‘공급 과잉’이다. 조선과 해운은 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중 조선은 연비 절감형 선박인 ‘에코십’으로 돌파구를 열고 있지만, 수주 가뭄은 여전하다. 해운은 낮게 형성된 운임료가 고민이다. 철강은 철광석 가격 하락과 중국 철강사들의 공급 과잉, 경기 침체 등이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선, 내년부터 수주 늘듯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선박 수주 예상치를 1250만CGT(수정 환산톤수)로 제시했다. 작년의 1840만CGT보다 32.1%(590만CGT) 급감한 수치다. 이마저도 올해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액화석유가스(LPG)선 외에는 올해 수주 실적이 좋았던 선종이 없다”며 “2011년 처음 등장한 연비 절감형 선박 ‘에코십’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지만 올해 3월 이후에는 이마저도 발주량이 줄어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두 곳은 올해 적자를 기록 중이다. 양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전체 선박에서 에코십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다시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해운, 공급과잉 문제 풀어야
해운 시황은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까지 두 자릿수 증가를 보이던 물동량 증가율은 2009년 이후 4~7% 선으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선박 공급이 과잉이라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008년 이전 발주된 선박 대부분의 계약이 까다로워 취소 물량이 많지 않았다”며 “때문에 2012년까지 계속 배가 쏟아져 나와 물동량 증가 수준을 훨씬 넘어섰고, 공급이 넘치니 운임료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운업계에선 유지비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에 힘쓰는 한편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물동량 증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철강, 건설시장 회복에 기대
원재료 가격 하락과 철강 공급 과잉은 철강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 철강사들은 판매량이 늘고 있는 자동차 강판과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은 건설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중국 철강 업체들의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수요 감소는 향후 2~3년 내에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조사통상실 팀장은 “장치산업인 철강업의 특성상 고로를 멈출 수 없어 생산을 계속해야 하고 이로 인해 만든 제품은 팔 곳이 없어 고민인 상황”이라며 “업체들은 국내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해외로 수출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강재 수출량은 올해 1~8월 누적 2109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1916만t)보다 10.1%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수출량이 49.2% 늘었고, 인도(30.5%)와 일본(23.5%) 순이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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