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영업맨' 된 군고구마 장수…"아워홈 주방장 뱃지 빌려달고 면접"

입력 2014-10-10 00:18
아워홈 신입사원 4인


[ 공태윤 기자 ]

“영업직 지원자라면 대학 때의 경험과 입사 후 성과 창출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해 자기소개서를 쓰면 좋아요. 저는 군고구마 장사로 두 달간 560만원 순익을 올린 것과 값싼 재료 구매법 등을 소개하면서 입사 후 기업 조리사를 내 편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썼어요.”(강동구 식재사업부 운영팀·27)

“아워홈의 ‘대학생 홍보단(판아워홈)’ 2기로 활동하면서 직접 경험한 아워홈 공모전 참여, UCC 제작 등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갔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팩트가 어필했던 것 같아요.”(이영아 식재사업부 법무팀·24)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입사지원서 마감이 14일로 다가왔다. 올 1월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에 관한 팁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거침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지수 씨(홍보팀·24)는 “아워홈의 홍보 스페셜리스트라고 썼다”며 “입사 후 포부 작성란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환 씨(인재육성팀·26)는 “HR직무를 지원했기에 사교성, 체력, 기획력 3박자를 가진 인재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육성팀원답게 “맞춤법과 오타가 나지 않도록 주의할 것”도 당부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아워홈 본사에서 올초 입사한 ‘아워홈의 미래 4인방’을 만나 입사 과정과 입사 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워홈은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는 인턴을 통해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나, 올 하반기엔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위탁급식업체 1위인 아워홈은 1984년 LG유통 급식사업부로 출발해 2000년 LG에서 계열 분리했다. 식품사업(손수 냉장햄 등), 푸드서비스사업(급식), 외식사업(키사라, 싱카이, 사보텐, 아모리스 등), 식재사업 등을 통해 지난해 1조16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워홈 사장의 면접 질문은

서류전형을 통과해도 갈 길이 멀다. 인·적성 시험도 쉽지 않은 산이다. 강씨의 인·적성 공부법은 거의 고시생 수준이었다. 그는 ‘인·적성 문제집의 단권화’ 작업을 해볼 것을 추천했다. “학원 강의책을 기본으로 인터넷 강의와 다른 인·적성 문제집을 보면서 한 권의 책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는 이런 작업 덕에 인·적성 합격률이 50%에 달했다고 했다.

박씨는 ‘시간 안배 연습’을 강조했다. 그는 “모르는 문제는 찍지 않고 아는 문제만 확실히 푸는 전략을 썼다”고 소개했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을 넘는 비결은 뭘까. 지난해 12월 강씨는 군고구마와 아워홈 뱃지를 들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군고구마 장사를 통해 제 핏속엔 ‘영업 DNA’가 흐르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1년 365일 건강한 음식을 제공해주신 국민대 학생식당 주방장님께는 정성과 사랑을 배웠습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뱃지’는 아워홈에서 급식을 대행하는 학교 주방장께 부탁 드려 빌려왔다고 했다. 강씨는 입사 후 한동안 ‘군고구마 장수’로 사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인사팀에 지원한 박씨는 ‘카톡 친구가 몇 명이나 되나’ ‘인턴 경험이 있는데 상사와 지금도 연락하고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

이승우 아워홈 사장은 최종 면접에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이 지원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지도 궁금했다. 김씨는 “3개월 인턴을 하면서 어땠는지 물으셨다”며 “압박질문보다는 편안한 상태에서 지원자가 최대한 자기 생각을 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워홈의 장단점’, 박씨는 ‘인재육성팀에서 개선할 점과 입사 후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판아워홈 우수 활동가에겐 서류 면제”

군고구마 장사꾼이었던 강씨의 최근 사내 별명은 ‘옥수수 영업맨’이다. “얼마 전 거래처에서 아워홈과 재계약했는데, 그 이유가 제가 드렸던 옥수수 덕분이라는 거예요. 저는 그냥 옥수수가 맛있어서 함께 나눠드린 것뿐인데 재계약까지 이어진 거죠.” 그는 “한국경제신문의 매주 화요일자 ‘JOB’ 지면을 교과서처럼 밑줄 쳐가며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의 주된 업무는 거래처의 신용 상태를 체크하는 일. 채권 회수(수금)가 적절한 시기에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영업사원들과 회수 계획안을 상의하는 일이 주된 업무다. 그는 “판아워홈 우수 활동가에게는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아워홈 입사를 원한다면 꼭 참여할 것”을 권했다. 이씨는 “좋아하는 것을 좇다 보면 길이 보이고 방법이 생긴다”며 “입사지원서를 쓰기 전에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워홈의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를 관리하는 김씨는 “기업에선 경영이 기본이기에 해당 직무 경험뿐 아니라 재무제표를 보는 능력, 트렌드를 읽는 눈을 대학 시절 동안 키울 것”을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인재육성팀에서 교육 업무를 맡고 있는 박씨는 “신입을 뽑는 이유는 ‘신선함’을 찾는 데 있다”며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통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기에 많은 경험을 해볼 것”을 추천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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