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증인 채택' 자제 호소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
"국감으로 신인도 추락…해외수주 막힐 판"
CEO 아닌 임원 출석을
"비리 연루 회사로 비치면 오일메이저 등서 거래 취소"
탄원서 전달받았지만…
"내가 신경쓸 일 아니다…증인 신청은 당연히 할 것"
[ 이태훈 / 고재연 기자 ] 노조위원장이 대외 신인도 하락을 우려해 최고경영자(CEO)를 국정감사에 부르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음에도 야당이 해당 CEO의 증인 채택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른바 ‘경우회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지난 8월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의원은 퇴직 경찰 모임인 재향경우회가 대우조선해양의 고철 매각 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획득해 8년간 약 246억원의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자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8월20일 김 의원실에 ‘국감 증인 채택 관련 대우조선 노조 요청서’를 제출했다. 노조위원장 A씨는 탄원서에 “해외 수주로 기업을 경영하는 조선업은 대외 신인도가 중요하다”며 “CEO가 국감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이런 사실이 생중계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면 사안에 관계없이 대외 신인도가 추락해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썼다.
A씨는 “대우조선 5만 구성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증인 채택에서 의원님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이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의원님께 정중히 간청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증인 신청을) 당연히 할 것”이라며 “(노조의 요구는) 나는 잘 모르는 이야기다.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탄원서를 제출할 때 김기식 의원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으나 정책보좌관한테 탄원서를 전달했고 우리 사정을 설명했다”며 “보좌관은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A씨의 위원장 임기는 지난 2일 끝났다.
A씨는 “의혹이 있으면 이를 밝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런데 꼭 CEO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서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고 사장은 2012년 4월 취임했고, 대우조선해양이 경우회를 위탁 업체로 선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2월이다.
A씨는 “고 사장이 경우회와 관련해서는 실무자보다 모를 것”이라며 “이사 등 관련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CEO와 갈등이 많기 마련인 노조위원장이 CEO의 국감 출석을 막는 게 이례적이라고 하자 A씨는 “회사 직원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감이라도 고용과 생존권에 타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A씨는 “고객사인 오일메이저(엑슨모빌,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석유기업)는 자신들이 거래하는 회사가 비리 등에 노출될 경우 거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내부 규정”이라며 국감에서 회사에 비리가 있는 듯한 질의가 이어지면 수주가 취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CEO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 경쟁사에서는 분명 이를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도 했다. 만약 고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면 21일 열리는 산업은행 국감 때 출석해야 한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다.
김 의원이 제기한 경우회 특혜 의혹이란 대우조선해양이 배를 만들고 남은 고철의 매각을 경우회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경안흥업에 맡겨 경우회가 부당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006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우회가 246억78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우회는 “(같은 기간) 실제 수익은 96억원”이라고 반박했다. 퇴직 경찰이라는 힘을 통해 수의계약을 따냈다는 김 의원의 주장에는 “경우회 등 7개 업체가 의향서를 제출했고,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고철 매각을 회사가 직접 하면 이익도 남길 수 있고 오히려 좋다”며 “중소업체를 도와준다는 사회 환원 측면에서 경우회 관련 회사에 위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태훈/고재연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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