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달려온 50년
1956년 거래소 개장 큰 폭 성장
상장社 2000개·시총 1300조원
기업 자금조달 젖줄 역할 톡톡
새로운 50년 기대하며
'고난의 행군' 계속 되지만
해외 진출·다양한 상품 개발
新성장동력 마련 '분주'
[ 이관우 기자 ]
“한국 주식시장은 한국 경제의 역사를 빼닮았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종종 이런 평가를 내놓는다. 300년간 차근차근 시스템을 만들어온 서구 주식시장과 달리 국내 주식시장은 반세기도 안 된 짧은 시간 동안 선진국 증시에 버금가는 압축성장을 이뤘다는 이유에서다. 17세기 초 네덜란드는 수도 암스테르담에 서구 최초의 주식거래소를 설립했다. 반면 한국은 300년이 더 지난 20세기 중반(1956년)에야 대한증권거래소를 세웠다. 1917년 생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비교해도 40년이나 늦은 출발이다.
성장은 빨랐다. 거래소 설립 초기 12개였던 상장법인 수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000개를 넘어섰다. 상장주식 전체 시가총액 역시 1300조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세계 증시 전체 시가총액(63조4000억달러)의 2%를 차지, 세계 13위권의 ‘글로벌 마켓’으로 성장한 것이다. 2009년에는 FTSE 선진국지수에도 편입됐다.
한국 증권시장은 숱한 대내외 파고와 맞닥뜨렸다. 이라크 전쟁 등 여러 차례의 국제전(戰)과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다른 국가들의 증시보다 큰 폭으로 출렁였다. 유독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줏대 없는 ‘천수답’ 증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은 한국 증시의 허약한 체질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하루 최대 낙폭(126.51포인트)과 최대 폭등(115.75포인트) 기록이 같은달에 모두 작성됐다.
이런 격랑 속에서도 기업들은 증시를 통해 경영자금을 조달했다. 그 돈으로 기술 경쟁력을 키웠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다. 증권사들은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돕는 투자은행으로서 외형 확장을 도왔고, 채권을 인수해줌으로써 재무적 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제공했다.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 그룹 역시 증권시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 글로벌 플레이어로 커나갈 기반을 닦았다.
증권업계 원로인 강성진 전 증권업협회장은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결국 한국 증권업은 그 가시밭길을 통과하며 기업 자금조달의 젖줄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고 회고했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100(1980년 1월4일 기준)에서 2000선을 첫 돌파(2007년 7월25일)하는 동안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640억달러에서 9570억달러로 15배 커졌다.
문제는 역동성을 잃어버린 현재의 증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등의 여파로 고개 숙인 증시는 좀체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2009~2011년 하루 평균 8조원 수준이던 주식 거래대금은 4조~5조원 수준까지 반토막 났다. 위탁매매 수수료가 줄어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사들은 지금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시장과 증권업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우량기업의 신규 상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복잡하고 까다로운 상장규정을 대폭 손질하고 투자자들이 믿고 장기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시장 및 기업 정보의 신뢰도와 투명성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업체 역시 위탁매매 브로커리지를 벗어나 자산관리나 대체투자, 연금 및 해외시장 진출 등 다양한 새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주식 시장은 저성장 고령화 사회를 맞아 개인투자자에서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단기투자에서 장기투자로 패턴이 바뀔 것”이라며 “유가증권과 코스닥 외에도 좀 더 다양한 증권시장 생태계가 증시 안팎에 만들어져야 국내 기업과 증시가 모두가 윈윈할 선순환 구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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