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명이 쓰는 메모 앱 에버노트 필 리빈 CEO 인터뷰 "좋은 디자인은 SW제품 생산성도 높인다"

입력 2014-10-05 22:14
웨어러블 SW 개발 하려
양말 등 생활용품 판매

"IPO는 2년 이상 걸릴 것"


[ 박병종 기자 ]
“디자인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단지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좋은 디자인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입니다.”

필 리빈 에버노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에버노트가 유독 디자인에 민감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에버노트는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 작성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으로 트위터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공개(IPO)가 가장 기대되는 서비스로 꼽힌다.

◆SW 개발 위해 양말 판다

리빈은 “디자인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제품은 디자인을 구현하는 물리적 실체에 불과하다”며 “좋은 디자인은 인간의 행동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 본연의 기능을 더 잘 수행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제품은 2010년 나온 아이패드용 에버노트다. 아이패드가 정식 발표되기 몇 달 전 아이패드의 크기 정보가 인터넷에 유출됐다. 그 길로 리빈은 문구점에 가서 카드보드지를 사왔다. 디자인팀과 함께 두꺼운 카드보드지를 아이패드 크기로 자르고, 유출된 사진을 그 위에 붙여 각종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이패드의 크기와 모양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가방에 넣을 때 불편하지는 않은지, 테이블에 올려놓았을 때 각도는 어떻게 보이는지….

에버노트 디자인팀은 아이패드의 물리적인 사용자 경험을 최대한 검토한 뒤에야 아이패드용 앱 디자인에 착수했다. 이렇게 개발된 에버노트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으며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데 일조했다. 현재 에버노트의 사용자는 1억명을 웃돈다.

에버노트가 에버노트마켓을 통해 양말 물컵 책상용품 등 소프트웨어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생활용품을 파는 이유도 마찬가지 논리다.

리빈은 “웨어러블 기기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선 물리적인 제품이 어떻게 움직이고 기능하는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며 “양말 티셔츠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리적 경험을 학습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검색 강요는 ‘기술의 실패’

모바일과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리빈은 ‘검색의 최소화’를 강조했다. 그는 “모바일과 웨어러블 기기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검색해야 한다는 것은 기술의 실패를 의미한다”며 “성공적인 기술은 사용자가 검색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먼저 찾아 제공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화면 PC 기반의 웹서비스와 달리 모바일과 웨어러블 기기는 화면이 작아 수많은 페이지를 훑어보며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 발표된 에버노트의 ‘컨텍스트’ 기능도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며 “이 기능은 작성 중인 문서와 연관된 신문 기사, 인물 정보, 과거에 작성한 문서 등을 화면 하단에 즉각적으로 보여줘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에버노트에 탑재될 업무용 채팅 기능인 ‘워크챗’을 독립적인 메신저 앱으로 분리할 계획은 없는지 물었다. 리빈은 “타자기 전화기 녹음기 캐비닛 등 특정 용도의 도구를 고안하는 것은 과거의 사고방식”이라며 “이 모든 기능을 통합한 것이 에버노트인데 여기서 워크챗을 따로 떼어 놓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시장에는 라인 카카오톡 와츠앱 등 훌륭한 메신저가 많다”며 “굳이 워크챗을 독립적인 앱으로 만들어 이들과 경쟁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언제쯤 IPO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리빈은 “에버노트도 공개 기업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아마 2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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