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속에 국내 증시에서 짐가방을 싼 외국인들이 언제쯤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투자업계 전망이 엇갈린다.
달러 강세가 당분간 계속되는데다 실적 시즌 기대도 낮아 외국인 수급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시각이 있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적 통화정책 확인 이후 외국인 귀환이 본격화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틀 연속 매도를 이어가 3698억 원 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매도 규모로는 지난 3월 14일(4773억 원) 이후 6개월 여 만에 최대치. 이 여파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1970 중반까지 내려앉았다.
외국인들은 달러 강세가 본격화된 이달 들어 국내 시장에서 1조 원이 넘는 주식을 매도했다.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대거 짐가방을 싼 것이다.
투자업계 일각에선 미국과 유럽, 일본의 상반된 통화정책과 경기 상황이 달러화 강세를 지속지킬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를 염두에 둘 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전환 시기는 늦춰 잡아야 한다"며 "외국인 매매 재개를 기대하기엔 신흥국 증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좌수가 감소하고, 신흥국 채권 가산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외부 여건들이 우호적이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리한 환경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일시에 순매수로 전환하기 어렵다"며 "이달 양적완화 종료를 앞둔 가운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총평이 매파적으로 기울면서 신흥국 전반의 통화 약세와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순매도로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에서 오는 외국인들의 시각변화를 간과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로선 달러화 강세가 핵심변수이며 임계점을 넘어선 달러화의 속도조절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주요 이벤트가 한 데 몰린 이달 둘째 주부터 외국인 귀환이 본격화될 것이란 상반된 전망도 있다. 달러화 강세 흐름을 바꾸거나 완화시킬만한 변수인 ECB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돼 있고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3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ECB 통화회의는 유동화증권(ABS), 커버드본드 등 민간 크레딧물 자산매입 발표가 예상된다"며 "미국 중앙은행의 빈자리를 ECB가 보안하며 외국인 매매 방향선회의 의미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7일 나오는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결과는 우려 확대보단 국내 증시 실적 바닥을 확인할 핵심 이벤트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또 "오는 9일 공개될 9월 FOMC 의사록은 경기 의존적이며 질서 있는 출구전략을 강조하는 우호적 문구들이 나올 것"이라며 "이달 초 확인될 한국 9월 경기지표 부진은 10월 통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지지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외국인 귀환 시점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 불과한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 구간에선 주식비중 확대가 정답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최근 환율 흐름에 반응해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 유럽계이고 미국계 자금은 큰 변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와 단기성 자금 비중이 높은 유럽계 자금은 환차손과 환차익에 민감한 경향을 보여왔다"며 "전날에도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변동성에 반응하는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뮤추얼펀드 비중이 높은 미국계 자금의 유입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며 "선진국 주식시장의 고평가와 아시아 주식시장의 투자매력 상승으로 국부펀드 등 글로벌 유동성 유입은 지난해말 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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