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세비를 내년에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같이 3.8%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안대로 통과된다면 내년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올해보다 524만원 오른 1억4320만원이 된다. 지난 2년은 동결됐었다. 특히 올해는 엊그제 밀린 80여개 법안을 하루 만에 통과시킨 것 외에는 5월2일 이후 5개월여 동안 법안 하나 처리 못 하며 ‘불임국회’라는 비난을 들어왔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한푼도 주지 말자는 여론도 비등했었다. 이런 판국에 세비 인상이라니.
국회의원들의 연간 급여를 뜻하는 세비(歲費)는 원래는 ‘국가기관이 한 해 동안 쓰는 경비’를 뜻한다. 1949년 제정된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에 세비란 용어가 적시돼 있다. 그런데 처음 쓰인 것은 19세기 말 일본의 ‘의원법’에서였다고 한다. 그러니 세비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제의 잔재이기도 한 용어다. 국회의원 보수라고 쓰는 게 여러모로 보아 나을 것 같다.
민주주의가 먼저 발달한 서구 사례를 보면 국회의원 보수는 당초 ‘회의참석 수당(per diem)’이었다. 18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만 선거권이 있었고 주로 부자들이 의회에 진출했다. 명예직 성격이 강했던 만큼 ‘거마비’ 수준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데 선거, 피선거권이 확대되면서 일반인에다 노동자까지 의회에 진출하게 되자 보수 개념이 등장했다. 의원이 직업이 됐으니 생계유지를 위한 보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20세기 들면서는 서구의회에서 대부분 회의참석 수당 대신 정액 보수 방식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헌의회에서부터 1973년 이전까지 세비연액과 의원의 회의 참석일수에 따라 직무수당을 지급했고 이후에는 정액보수제가 정착했다. 1973년이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통해 탄생시킨 ‘유신정우회(유정회)’가 국회에 들어온 시기와 일치한다. 정액보수제는 국회의원 개인에게 주는 일종의 당근의 측면도 없지 않았던 셈이다.
국회의원의 보수에는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 특수활동비 등이 있다. 여기에 정근수당, 명절수당 등 각종 수당이 더해진다. 달마다 국회의원 개인 계좌에 정기적으로 입금된다. 국회의원의 세비는 정부부처 차관급에 준해 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하는 수준이다. 지자체 나리님들이 따라하는 것도 문제다. 마침 여야 모두 ‘혁신위원회’라는 것을 가동하고 있다.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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