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번지는 증자 번복 상장기업들

입력 2014-09-30 15:02
[ 정현영 기자 ] 올 들어서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 번복으로 주가 급등락을 연출하는 상장사들이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투자처가 확실하면 '지분참여 기회'라는 측면에서 증자가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주주반발 등으로 연기돼 번복되는 경우 불필요한 증자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지털방송장비와 외국인 카지노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제이비어뮤즈먼트는 지난 4월 중순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1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었
다. 자금조달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제이비어뮤즈먼트의 주가는 유증 발표 전후로 하한가(가격제한폭)를 포함해 닷새 연속 곤두박질쳤고, 3000원대 거래되던 주가는 2000원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유증 1차 발행가액이 나
온 7월 이후론 1700원선대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이 회사는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주가가 급등세를 연출, 급기야 한국거래소로부터 주가급등 사유를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받기도 했다. 곧바로 공시 답변에서 "별도의 자금 조달 방법을 검
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밝혔고, 유상증자 결정을 번복했다.

제이비어뮤즈먼트는 이달 중순께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기존 주주배정 증자 결정을 철회한다"면서 "일본 상장기업 등으로부터 130억 원을 조달하는 제3자배정 방식의 증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4000원선을 오가고 있다.

물류 용역사업을 벌이고 있는 유성티엔에스도 유상증자를 번복,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아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유성티엔에스는 3월 11일 이사회결의를 통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약 84억 원의 자금을 조달키로 결정했다가 지난 7월 '주주보호를 위해 부득이 유상증자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
'고 밝혔었다.

이 회사는 당시 조달된 자금으로 금융부채 상환 등에 68억 원 가량, 설비투자에 15억 원 이상을 사용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업체 드래곤플라이의 경우 급력한 주가 하락세로 유상증자 결정을 번복한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중순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내린 지 두 달 여만에 이를 번복했다. 드래곤플라이는 당시 1주당 4965원을 모집가액으로 해 총 223억 원 가량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드래곤플라이는 유증 철회 공시에서 "급력한 주가 하락으로 인해 계획중이던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워져 주식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유상증자 결정을 번복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신우는 5월 말 114억 규모의 주주우선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고, 현재 상장폐지 심의 단계를 밟고 있는 로케트전기도 4월 중순 주주 반발로 증자결정을 취소했었다.

삼부토건은 3월 중순, 오성엘에스티는 1월에 각각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성장기업의 유상증자는 '지분참여 기회'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부정적으로만 여길 필요는 없다"면서 "투자처가 명확한 자금조달은 오히려 더 큰 성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유상증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발전에 꼭 필요한 결정이었다면 회사가 적극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강력한 주주 반발과 주가 급락 등으로 증자 결정을 연기하거나 끝내 번복하는 경우엔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한 마디로 '골치 아파서 안한다'는 식의 불필요한 증자 결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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