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허드슨江 건너오는 대가로…세금 혜택 16억弗 쐈다
52년 맨해튼 지켰던 포브스, 2700만弗 면제받고 뉴저지行
JP모간·RBC 등도 속속 이주…뉴욕도 파격 세제로 방어 나서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52년간의 맨해튼 역사를 접고 올해 말 저지시티의 뉴포트 오피스타워에 입주한다. 허드슨강을 건너는 대가로 포브스가 받는 돈은 앞으로 10년간 2700만달러(약 282억원). 뉴저지주가 포브스를 유치하기 위해 내건 세금 감면 혜택이다. 최소 350명의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이다.
뉴욕시와 뉴저지주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기업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뉴저지주는 맨해튼의 기업을 하나라도 더 빼내기 위해, 뉴욕시는 기업들이 맨해튼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28일 뉴저지 경제개발청에 따르면 뉴저지주가 최근 10개월간 기업 유치를 위해 제공한 세제 혜택만 16억달러. 2000~2010년 11년간 제공한 12억달러를 능가한다.
뉴저지의 공격적인 기업 빼내기는 맨해튼의 비싼 임대료로 고전하는 기업들에 매력적이다. 획기적인 비용 절감과 세금 면제 혜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지시티와 맨해튼은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불과해 고객관리 등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
JP모간체이스도 지난 5월 트레이딩 부서를 제외한 기술지원, 영업관리 등 지원 부서를 뉴저지로 통합하기로 했다. 1000명의 신규 고용을 일으키는 조건으로 뉴저지주와 10년간 1억2500만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로 합의했다. RBC캐피털도 9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대가로 10년간 7900만달러의 세금을 면제받기로 했다.
뉴욕시도 떠나려는 기업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현금 700만달러를 포함, 1000만달러의 세금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미디어기업 타임의 뉴저지행을 막은 데 이어 광고회사인 그룹M을 잡기 위해 1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뱅크오브뉴욕멜론(BNY Mellon)을 잡기 위한 양측의 각축전이 뜨겁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맨해튼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1100명을 잡기 위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1억달러의 세금 혜택을 약속한 상태. 뉴욕시도 수백만달러의 인센티브 패키지를 내걸고 은행을 설득 중이다.
현재까지 두 도시 간 경쟁에서 뉴욕시가 밀리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7월부터 올 7월까지 2년간 맨해튼 실업률은 8.3%에서 6.4%로 1.9%포인트 감소한 반면 저지시티를 포함한 뉴저지 허드슨카운티 실업률은 같은 기간 11.4%에서 7.8%로 3.6%포인트 낮아졌다.
실업률은 맨해튼이 낮지만 하락률만 놓고 보면 뉴저지가 두 배 정도 크다. 이 기간 뉴저지는 12만5700개의 일자리를 늘렸다. 시민단체 ‘굿잡스 퍼스트’의 그레그 르로이 국장은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한 투자 재원이 부족한 주정부 입장에서는 세금 감면을 통해 고용을 늘리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출혈에 가까운 세금면제 경쟁이 실제 기대한 만큼의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스 핀스키 전 뉴욕시 경제개발공사 대표의 발언을 인용, “세제 혜택은 기업의 장기 투자와 이를 통한 고용창출을 전제로 제공되지만 기대만큼의 투자와 고용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저지시티 금융타운을 상징하는 42층 높이의 골드만삭스 타워는 3분의 1가량인 13개층이 아직 비어 있다. 당초 골드만삭스가 6000명을 입주시킬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직원 채용 규모가 늘지 않으면서 4500명만 근무하고 있다.
양측의 지나친 경쟁이 결국 시민의 부담만 증가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NYT는 한 기업단체 대표의 발언을 이용, “국가 간 경쟁도 아니고 사실상 단일 경제권인 뉴욕시와 뉴저지의 출혈경쟁은 한마디로 멍청한 짓”이라며 “앞으로 모든 기업이 세제 혜택을 요구하면서 주정부와 시의 재정만 악화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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