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연구 시작할 때 What보다 Why를 생각하는 人性교육 강조"

입력 2014-09-28 21:23
수정 2014-09-29 04:00
창간 50주년 글로벌 인재포럼 2014
로버트 브라운 보스턴대 총장

세계 곳곳에 인턴십 프로그램…윤리교육 강조해 경쟁력 향상
책임감·개방성 장려 문화 중요
韓, 교양-기초-전공과목 균형감각 갖춰 인재 양성해야


[ 은정진 기자 ]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학이 인성교육, 교양교육에 대한 방향과 전략을 명확히 설정해야만 국제화의 결실을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 방법론이나 철학 없이 단순히 전체 학생의 2~5%만 혜택을 보는 방식의 현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오는 11월4~6일 서울 광진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4’의 주제는 ‘신뢰와 통합의 인재’다. 로버트 브라운 보스턴대 총장(사진)은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 대학이 앞다퉈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가 밑바탕에 깔린 통합적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보스턴대는 현재 학부생의 약 40%가 한 학기에서 길면 1년 이상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곳에서 단순히 학업뿐만 아니라 인턴십까지 체험하고 있다.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그 사회에 살면서 제도와 문화를 몸소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헬스케어시티에 보스턴대 부설 치과교육연구소를 세우는 등 해외에 보스턴대의 거점을 마련하는 일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브라운 총장은 “우선 인턴십 같은 대학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초점을 두고 세계화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며 “해외 유학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해외 여러 지역에 분교나 연구소 등 각종 시설을 세우고 유지하는 것 역시 대학 차원에서 항상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해외 어디에서든 본교와 동일한 수준의 교육 및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대학의 미래 모습은 앞으로 이 같은 글로벌 경험을 제공하는 활로를 열어줌과 동시에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자질인 보편적 도덕성으로 무장한 학생들을 꾸준히 배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운 총장은 ‘글로벌 인재포럼 2014’에 참석해 5일 기조세션Ⅱ(미래의 대학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다음은 브라운 총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들어 대학 교육에서 인성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보스턴대에선 학부생들이 스스로 공학이나 경영학, 의학, 법학과 같은 전공 교육을 받으면서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 인성교육을 주축으로 한 강력한 교양과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대학 차원에서도 이미 졸업생 대다수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이동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과정을 지킨다. 개인이 전문자격증을 취득하거나 특정 분야를 완벽히 마스터(전문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지적 경력은 언제든 스스로 바꿀 수 있고, 또 자신이 처한 상황도 외부에 의해 항상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학교 차원에서도 이런 철학을 강력하게 지지해주고 있는 분위기다.”

▷보스턴대만의 인성교육 철학이 있나.

“책임감을 키워줌과 동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관대한 이해, 상호 투명성(개방성) 등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이렇게 하고 있다. 교수-학생을 중심으로 한 학내 구성원들은 일상적인 수업이나 연구 교육 등 학내 모든 과정 속에 상호 진솔한 약속을 바탕으로 이 같은 인성 함양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대학들은 일자리와 취업을 위해 국제화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대학은 항상 학생들을 성공한 인력으로 배출시키기 위해 도움을 주는 전문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국제화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전문교육의 일환이다. 하지만 (대학은) 이런 전문교육을 위한 전공 과목과 교양 과목 간 균형 감각을 갖춰야 한다. 미국 대학교육 시스템은 교양과목과 기초과학과목, 전공과목 간 균형을 아주 잘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학들이 이 같은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미국식) 작동방식을 이해하길 기대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에서는 국가사회적 신뢰가 무너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월호 참사라는 한국이 겪은 비극의 규모에 미치진 못하지만 보스턴대에서도 비슷한 비극을 경험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신속하고 분명하게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시도했고 그들과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건 구성원 간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다면 결코 쉽게 이뤄지기 힘들다. 단기간에 신뢰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으로 좋은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보스턴대 MBA(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은 공식적인 첫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경영윤리 교육을 가장 먼저 진행하고 있다. 경영대는 많은 이들이 사업을 하기 위한 방법론을 배우는 곳이다. 때문에 사업을 준비하거나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무엇을’ 할지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지, ‘왜’ 할 것인지를 생각하도록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항상 강조하고 있다.”

▷국제화라는 방향의 틀 속엔 소통과 신뢰라는 명제가 빠질 수 없다.

“소통과 신뢰의 근간이 되는 상호 투명성(개방성)이란 말은 이미 많은 이들로 하여금 지속적이고 빈번한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구축돼 있어 이젠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중요성은 여전하다. 이를 위해 제한 없이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모든 복잡한 이슈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대학 내 많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로버트 브라운 보스턴대 총장은…

△1951년 출생 △미국 텍사스대(오스틴캠퍼스) 화학공학 석사 △미네소타대 화학공학 박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화학공학과 종신교수 및 슈퍼컴퓨팅센터 공동센터장 △MIT 공과대학장 △2005년 제10대 보스턴대 총장 △싱가포르 명예시민 선정 △美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 위원장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