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꽉 막힌 유전체 산업④-끝] 의료계·산업계 "진단검사와 예측검사 명확한 기준 세워야"

입력 2014-09-26 09:46
인간의 모든 유전자(DNA) 염기서열이 밝혀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완성된 지 벌써 14년이나 흘렀다. 그러나 DNA 정보 분석이란 말은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하다. 미국은 의료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예방의학을 정착시키기 위해 DNA 분석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규제로 꽉 막힌 유전체 산업' 기획을 통해 국내 유전체(Genome) 분석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대안을 찾는 시리즈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편집자 주]



지난 1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질병 예측성 유전자 검사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질병관리본부 주최로 열린 이번 공청회는 유전자검사와 관련한 한국형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정부과제의 일환이다.

'한국형 유전자검사 제도'를 만들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초고속으로 진화하는 유전자분석 기술에 발맞춘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전체분석 비용의 가격 하락은 반도체나 정보기술(IT) 기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유전자검사는 크게 진단적 검사와 질병예측성 검사로 나눌 수 있다.

진단적 유전자검사는 질병 진단을 위한 검사로 안젤리나 졸리 사례나 산전 기형아 검사(NIPT)와 같이 유전성 질환이나 가족력이 확인된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질병예측성 검사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질병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사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진단적 검사와 예측성 검사를 분리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진단적 검사, 도입도 이뤄지지 않아"

한국에서 유전체검사를 포함한 모든 신규 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검사장비의 의료기기 허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승인,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비급여 판정이 있어야 한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유전체 분석기술의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인식하고, 식약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인허가 사항을 단일화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안정성 및 유효성 검사는 중복 업무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임상적 유효성이 검증된 진단적 유전체검사(임상유전체검사)도 시행할 수 없다. 이 검사에 대한 관련 장비 및 시약이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체검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 식약처 허가가 없어도 검사실자체개발검사(LDT)를 허용하고 있다. 또 검사실 인증 규정인 'CLIA'를 통해 무분별한 검사를 제한하고 있다.

이경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국내 신의료기술 도입 체계는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기술 도입에 대한 포용력이 없기 때문에, 현 제도에서 한국은 임상유전체검사에 대해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며 "앞으로 새로운 제도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한 임상유전체검사 도입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유전체정보를 예방과 진단에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 영국은 앞으로 태어나는 모든 신생아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검토 중이다. 또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2017년까지 10만명의 암 및 유전질환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 유전 정보를 분석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유전체 데이터의 2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 BGI(Beijing Genomics Institute)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BGI의 산전 기형아 검사를 의료기기 허가 없이 신의료기술로만 승인하고 허가해, 유전체 분석 산업 성장에 발빠르게 대응 중이다.

◆ "예측성 검사, 명확한 평가기준 필요"

질병예측성 검사인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의 경우 개인 정보 서비스 측면에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조은영 디엔에이링크 이사는 "현재 모든 유전체검사 관련 규제는 질병 진단과 관련돼 적용된다"며 "한국은 예측성 검사에도 의료기관의 의뢰가 필요하지만 이는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는 없는 항목"이라고 했다. 또 해외 상품의 국내 영업에는 규제가 없어 역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고도 지적했다.

박창원 마크로젠 수석 연구원은 "예측성 검사를 의료행위로 간주하면 국내 관련 산업은 발전하기 힘들다"며 "규제가 있어야 하는 것을 맞지만 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합리적 규제 확립이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질병예측성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에 검사하고자 하는 유전자 항목을 신고해야 한다. 법에는 신고라고 돼 있지만 사실상 평가 후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고, 평가 기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질병관리본부 산하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은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유전자 항목에 대한 유효성평가를 시행하는 데 평가기준이 달라 각각 다른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연구를 계량적으로 종합한 '메타(Meta)분석'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유전자검사평가원은 메타분석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 업체는 전했다.

김은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보다 앞서 유전체 의학을 위한 토양을 마련해온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대량의 유전체 정보를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또 유전체 정보의 수집 분석 활용을 위한 표준 마련도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을 포함한 18개국은 2013년 시작된 '글로벌 유전체 데이터 공유 연합'을 통해 세계 표준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컨소시엄에 한국은 빠져 있다.

국가 차원의 장기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유전체를 활용한 맞춤의료기술개발 촉진법안'도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된 이후 국민건강증진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등에 막혀 계류 중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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