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대표와 간담회
中·日과의 관계 고려한 듯
[ 정종태/전예진 기자 ]
미국 뉴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연구기관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한·중 및 한·미 관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발언을 준비했다가 이를 취소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간담회에 앞서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연설문에는 “일각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며 “우리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전제로 한·중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나가고자 하며 중국도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등의 표현이 포함됐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거사의 상처에 대한 치유 노력이 필요하다”며 “과거사의 핵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있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자 보편적 인권에 관련한 사안”이라고 돼 있다.
연설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실제 간담회에서 그런 내용으로 일절 발언하지 않았다”며 “미리 배포한 연설문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식 보도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를 뒤늦게 부인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문이 사전에 배포될 경우 대통령의 확인을 거치는 게 관례”라며 “박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발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관련 발언을 준비했다가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방침을 수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중국에 경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외교 관례에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도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발언 역시 한·일 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취소했다는 게 중론이다. 유엔총회 기조 연설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는데,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 일본은 물론 한·일 관계 개선을 원하는 미국까지 부정적인 뜻을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유엔본부=정종태/전예진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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