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꽉 막힌 유전체 산업③]국내 유전체 전문기업 어디까지 왔나…업계 "이륙준비 완료"

입력 2014-09-25 10:02
인간의 모든 유전자(DNA) 염기서열이 밝혀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완성된 지 벌써 14년이나 흘렀다. 그러나 DNA 정보 분석이란 말은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하다. 미국은 의료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예방의학을 정착시키기 위해 DNA 분석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규제로 꽉 막힌 유전체 산업' 기획을 통해 국내 유전체(Genome) 분석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대안을 찾는 시리즈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편집자 주]



유전체 분석 기술 기반의 한국인 유전자 정보가 줄줄 해외로 새 나가는 것과 함께 법규정 미비로 산업적 성장 가능성까지 짓밟히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한 목소리다.

올 2월 BBC 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유전체 분석 시장은 2012년 35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18년에는 117억달러(약 1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시장의 규모는 2013년 기준 7억달러로 북미(32억달러)나 유럽(29억달러)에 비해 크지 않지만, 2018년까지 연간 37%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이다.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디엔에이링크 등 국내 대표 유전체 분석 기업들은 차별화된 특장점을 확보, 10여년 가까이 국내 유전체 분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은 모두 궁극적으로 개인맞춤형 의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꽉 막힌 규정이 산업 발전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마크로젠, 차세대 분석 장비 장착…'아시안 게놈 프로젝트' 추진

마크로젠은 국내 유전체분석 시장점유율 1위, 세계 5위 수준의 분석 능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올 2분기 민간기업 중 최초로 한 사람의 유전체 전체를 1000달러에 해독할 수 있는 일루미나의 차세대 분석장비 'Hiseq X Ten System' 10대를 도입했다.

'HiSeq X Ten System' 도입으로 마크로젠의 유전체 분석 서비스 역량은 600% 이상 증대돼, 연간 3만5000명 이상의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마크로젠의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의 85%가 유전자정보 분석 서비스에서 나왔다. 세계 120여개국 1만5000여 고객에게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과 달리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 관련 제품은 없다. 개인유전자분석과 관련한 법적인 규제나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을 안고 뛰어들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신 유전자분석 서비스의 영역을 임상진단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2012년 미국에 자회사 MCL을 설립하고 임상진단 서비스를 위한 미국실험실표준인증인 CLIA 인증을 획득했다.

최종 목표인 개인맞춤형 의료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마크로젠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정보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아시안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 아시아인 10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 테라젠이텍스, '헬로진' 서비스 中 진출

테라젠이텍스는 세계에서 5번째로 인간 게놈지도를 규명한 유전체분석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1월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인 '헬로진'을 출시하고 유한양행과 함께 28개 대형병원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는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해 특정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결과가 특정 질병에 대한 개인맞춤형 의료에 활용될 것으로 관련 업체들은 예상하고 있다.

헬로진과 같이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에 유전체 분석에 관한 사항을 등록해야 한다. 테라젠이텍스가 등록한 분석 건수는 300여개로 국내 1위다. 유전제 분석 등록 과정이 점차 복잡해짐에 따라 당분간 테라젠이텍스의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기업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는 의료법에 의해 의료기관의 의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와 달리 개인이 직접 기업에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다. 때문에 테라젠이텍스는 헬로진 서비스를 중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지난 7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중국의 중신국제여행사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헬로진 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서비스는 한국에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건강검진센터는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중국의 황석건강검진센터와 헬로진 판매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 디엔에이링크, 인간 유전체 데이터 최다 보유

디엔에이링크는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 제품인 'DNA GPS'를 가지고 있다. 현재 SK케미칼과의 제휴를 통해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검진센터의 초고가 건강검진 대상자를 우선으로 영업활동 중이다. 또 SK그룹의 임직원 건강검진시에도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연구협력 기관을 활용해 한양대병원 고려대병원 녹십자건강증진센터 등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개인맞춤형 의료를 준비하는 데 있어 디엔에이링크의 강점은 국내외 최대 규모의 한국인 유전형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자원으로 디엔에이링크의 주요 경쟁력이란 설명이다.

이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개발 및 전임상시험 대행을 목적으로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와 공동으로 '바이오뱅크' 설립 협약을 체결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협력병원을 확대해 3년간 20만명의 유전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지난 6월에는 연세대학교 의과학대학과 15만명의 유전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디엔에이링크는 또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중국인 대상 제품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 정부, 이제와서 유전체 연구에만 집중…업계 "해외 역차별 요소부터 없애야"

이들 업체들은 올 2월 정부가 발표한 유전체 산업육성을 위한 6개 부처 공동의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으로 연구용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5788억 원을 투입해 유전체 연구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연구 목적을 제외한 부분은 답보 상태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유전체 분석을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의료행위와 관련해 유전체 분석이 적용받는 법은 생명윤리법이다. 생명윤리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르면 키 알코올분해 비만 지능 고지혈증 고혈압 폐암 등 19가지 주요 유전자항목은 검사자체가 금지 또는 제한돼 있다. 나머지 항목에 대해선 의학적으로 활용 가능한 규정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비의료기관의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의 경우 국내는 의료기관의 의뢰가 있어야 하지만,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은 의료기관의 의뢰 없이 시행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법에서는 해외 제품의 영업에 대한 규제는 없어 역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며 "국내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한국인 및 아시아인의 유전자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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