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구상 설명
'기후재정' 회의 주재…GCF 200억弗 출자 이끌어
안보리 정상급회의 참석 "美공습, IS 억제에 기여"
[ 정종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다자 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유엔 총회에 데뷔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15분가량 이어진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이 유엔의 3대 이사회인 안전보장이사회, 인권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에서 모두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 평화와 안보, 인권 증진, 경제사회 개발 등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193개 회원국 정상들 앞에서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이뤄내기 위한 한국 정부의 구상과 노력을 설명하면서 회원국들에 지지를 요청했다. 국제 안보에 위협 요인으로 등장한 북핵 문제 해결에 국제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제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은 역대 아홉 번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세 차례 연설했으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차례씩 연설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기 전인 1998년 국내 정상으로는 처음 유엔 총회 무대에 섰으며, 당시 남북 정상회담과 비무장지대(DMZ) 내 평화시(市) 건설을 제안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연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 앞서 23일에는 기후정상회의 두 번째 세션인 ‘기후 재정’ 토론의 공동 의장을 맡아 직접 사회를 보면서 논의를 주도했다. 기후 재정 세션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 마련의 중요성과 공공 및 민간 재원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박 대통령은 회의 도중 한국 정부가 녹색기후기금(GCF)에 1억달러까지 출자액을 확대하기로 한 계획을 설명한 뒤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각국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며 선진국에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총회 기간에 프랑스가 10억달러, 스위스는 1억달러를 각각 내기로 발표하는 등 동참이 잇따랐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통틀어 200억달러 규모의 재원이 새로 조성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마친 24일 오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외국인 테러 전투원 문제’ 주제의 유엔 안보리 정상급 회의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관련, “미국 측의 시리아 공급이 IS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뜻을 표시했다. 한국은 1996~1997년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했고, 작년 1월부터 두 번째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국 정상이 안보리에서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뉴욕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코리아 소사이어티,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국 외교협회(CFR), 미국 외교정책협의회(NCAFP), 미국 외교정책협회(FPA) 등 유수 싱크탱크 대표들과 간담회를 했다.
유엔본부=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