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연 정치부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2년간 현실정치를 경험한 소회와 반성을 담은 회고록(回顧錄)을 썼습니다. 지난 19일은 안 전 대표가 2012년 9월19일 대선에 출마하며 정치무대에 데뷔한지 2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회고록을 통해 안 전 대표는 자신이 몇 차례나 ‘정치적 회군(回軍)’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안 전 대표는 2011년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게 대선후보를 양보한 것을 정치에 뛰어든 후 ‘보람 있있던 순간’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안 전 대표는 “정치 입문 이전부터 내가 무엇이 되기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대선 후보 단일화를 위해 내려놓는 결단을 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된 후 안 전 대표의 리더십에 가장 큰 큰 상처를 남겼던 것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철회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는 없다’던 기존의 원칙을 뒤집고 ‘기초연금 새누리당 안’을 통과시킨 두 차례의 ‘회군’이었습니다.
안 전 대표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을 창당하기로 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를 이끄는 거대 양당 중 한 축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새정치연합) 탄생의 명분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페지’가 무산되면서 동력을 잃어버렸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여론조사에 부치기로 했던 것은, 대표가 된 직후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여론조사의 승리를 통해 튼튼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국면을 하나씩 돌파해가며 인정받는 방법을 택했어야 했는데, 단기간에 안정을 이루려고 했던 것은 제 과욕이었다”며 아쉬워 했습니다.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할 수는 없다던 입장을 철회하고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10~20만원의 기초연금을 준다는 새누리당 수정안을 통과시키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안 전 대표는 “새누리당 안은 잘못된 것이지만,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찬 어려운 형편의 어르신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연금 지급을 미룰 수는 없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필요하다 생각했었다"고 말했습니다.
6·4 지방선거,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실책은 ‘공천’에서 찾았습니다. ‘개혁적인 공천’과 ‘선거 승리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는 거지요. 안 전 대표는 “특히 7?30 재?보선에서는 선거 승리 가능성에만 큰 비중을 둔 것이 아닌지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안 전 대표는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 뒤로 미뤄뒀던 당 혁신 작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대표를 그만두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데 대한 책임감도 통감했습니다. 그리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가겠다”며 그동안의 칩거를 멈추고 정치적 행보를 이어나갈 뜻을 밝혔습니다.
현재 안 전 대표는 씽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을 정비하고, 정연호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예전부터 함께 했던 인사들과 함께 특보단을 꾸리는 등 정치활동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그의 2년은 여느 정치인이라면 10년이상 걸렸을 “환대와 비난, 실패와 회환’등이 교차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사석에서 “압축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더군요. 안 전 대표의 ‘정치인생 2라운드’를 기대해 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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