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신뢰 회복·적자 탈출…현대重 '구원투수' 권오갑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14-09-23 22:00
새벽 6시20분 본사 정문…출근 직원 일일이 손잡고 "파업자제" 호소

"모든 이해관계 내려놓고 회사 위한 길 생각하라"
간곡한 어조로 노조원 설득

상반기 대규모 적자도 큰 짐…난관 어떻게 헤쳐갈지 관심


[ 최진석 기자 ]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작업복을 입은 권오갑 사장이 23일 아침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이같이 말했다. 권 사장은 이날 오전 6시20분부터 8시까지 1시간40분 동안 “노사가 함께 손을 잡고 새 출발할 수 있도록 큰 마음을 보여달라”고 애타게 호소했다.

노조가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에 들어간 날 직접 나서 조합원 설득에 나선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6일까지 나흘간 전체 조합원 1만8000여명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25일 나올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19년 무쟁의 전통이 깨질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15일 구원투수로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임명된 그의 첫 과제는 신뢰에 금이 간 노사관계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저가 수주 영향으로 무더기 영업 적자를 기록한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1조2925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를 경영하다 4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권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권 사장은 이날 조합원에게 일일이 나눠준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서도 자신의 절절한 심정을 전하며 노조원을 설득했다.

그는 “회사가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은 회사의 잘못과 책임”이라며 “여러분이 열심히 일해온 만큼 회사는 이익을 내서 최고의 대우, 최고의 직장이 돼야 하지만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실망을 드렸다”고 겸허하게 현실을 인정했다.

권 사장은 “세계 1위 기업이라는 명성보다 신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지 다하겠다”며 “여러분도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 놓고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 사장의 애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현장 분위기는 좀체 풀리지 않았다. 이날 점심시간 열린 집회에는 전날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형균 노조 기획실장은 “현재 노사관계 문제의 핵심은 회사 경영진이 어떤 얘기를 해도 믿지 않을 정도로 불신이 크다는 데 있다”며 “새 사장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조 측은 또 권 사장 부임 후 집중교섭을 했음에도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파업권을 갖는다”며 “이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강화해 요구안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측은 회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안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올해 노사 교섭에서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급 250%+α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0만원 △경영목표 달성 격려금 2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권 사장은 아울러 현재의 위기 원인을 찾는 경영 진단과 함께 사업 및 조직개편, 인력재배치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혁신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최길선 회장과 권 사장은 다음달 31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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