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침체 틈타 별의별 이색펀드 多 나왔네

입력 2014-09-22 21:24
수정 2014-09-30 15:54
인사이드 스토리

명품·증권거래소·프로야구 구단주…상상 가능한 모든 것으로 무한확장
5년 이상 관련분야 담당한 전문가 기용…정보접근 비교적 쉬운 해외서 운용
거래소펀드 대박·배출권펀드 반토막 등 3년간 수익률은 천차만별


[ 황정수 기자 ]
한 벌에 150만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 몽클레르 브랜드의 패딩은 작년 한국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덕분에 돈을 번 사람은 유통업자들만이 아니다. IBK자산운용의 ‘럭셔리라이프펀드’에 가입한 사람들도 재미를 봤다. 세계 명품 브랜드에만 투자하는 이 펀드는 작년 말 이탈리아 밀라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몽클레르의 공모에 참여, 짭짤한 수익을 냈다.

주식·채권이 아니라 명품 브랜드 같은 특별한 상품에 투자하는 ‘이색 펀드’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 주요국 증권거래소, 물(水), 비행기, 투자은행(IB), 프로야구 구단주 기업 등 상상 가능한 모든 것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되는 중이다.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3년간 두 배의 수익률을 낸 것도 있지만 반토막 난 펀드도 있다.

○대박난 거래소펀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펀드는 ‘유리글로벌거래소 펀드’다. 유리자산운용의 박상권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이 펀드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19개 세계 각국 증권거래소에 투자한다. 최근 1년간 펀드 수익률은 16.85%로, 국내 주식형 펀드(1.94%)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펀드매니저는 매일 각국 증시의 거래량과 거시경제 환경 등을 살펴 투자 비중을 조절한다. 이 펀드는 중국 본토와 홍콩 간 증권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港通)’ 제도 시행을 앞두고 홍콩거래소 투자 비중을 최근 높였다. 하반기 들어 홍콩거래소 주가가 23.5%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JP모간 등 IB 주식에만 투자하는 ‘한국투자월스트리트펀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상품이다. 펀드를 운용하는 박지현 한국투자신탁운용 차장은 “크게 보면 글로벌 금융시장, 작게 보면 미국 월스트리트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 동안 72.89%, 1년은 8.91%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IBK의 럭셔리라이프펀드는 리치몬트, 티파니 등 명품 회사 주식에 집중 투자한다. 최근 3년 수익률(21일·운용펀드 기준)은 47.93%를 기록 중이다. 이 밖에 ‘물산업’ ‘선박’ ‘항공기’ 등에만 투자하는 이색 펀드들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성으로 무장

이색 펀드들의 최대 공통점은 전문가들이 운용한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최소 5년 이상 해당 분야를 담당한 펀드매니저에게 운용을 전담시키고 있다.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해외에서 운용하는 사례도 많다. ‘광둥인베스트먼트’ 등 중국 상수도 회사와 ‘수에즈인바이런먼트’ 등 미국, 유럽의 하수오염물 처리 업체에 주로 투자하는 ‘삼성글로벌워터’펀드는 2011년부터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에서 운용하고 있다.

이경식 삼성자산운용 수석 펀드매니저는 “홍콩에 있으면 중국과 동남아시아 물 관련 회사들을 직접 방문하거나 미국 유럽 등지 정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글로벌워터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81.24%로 주요 글로벌 물 펀드 중 1위다.

이색 펀드라고 해서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탄소배출권 관련 상품에 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하는 ‘동양탄소배출권특별자산1호’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57.80%다. 프로야구 구단을 운영 중인 그룹에 투자하는 ‘하나UBS프로야구그룹주’펀드도 최근 1년간 0.23%의 손실을 봤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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