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평평해졌을까, 아니면 더 울퉁불퉁해졌을까.
지구의 표면 얘기가 아니라, 요즘 글로벌 화두인 부(富)의 평등에 관한 논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5년 발간된 《지구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에서 글로벌화로 세계는 평평해졌다고 주장했다. IT(정보기술)와 개방으로 잘 사는 곳과 못 사는 곳의 격차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지성인으로 꼽히는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이런 논리를 즉각 반박했다.
인구나 경제활동 등의 분포를 보면 세상은 결코 평평해지지 않고 산봉우리(번성하는 세계적 대도시), 구릉(단기간에 발전과 쇠락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도시), 골짜기(글로벌 경제와 단절된 곳)의 지형 차이는 더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소득 불평등 논쟁은 올 들어 다시 거세게 불거졌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이 논쟁에 불을 지폈다. 피케티는 자산(富)의 이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면서 불평등이 장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그의 논지에 허구나 왜곡이 많다는 반박도 만만찮지만 《21세기 자본론》이 불평등 논쟁을 재점화한 것은 분명하다.
프린스턴대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 교수는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에서 불평등은 오히려 성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 산업혁명 등 위대한 사건의 상당수는 ‘불평등’이라는 유산을 남겼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불평등은 경제성장의 유산인 셈이다. 물론 불평등이라는 유산을 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인류의 대다수는 경제성장 덕에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말 그대로 ‘대탈출’했다. 하지만 일부는 이 대열에 끼지 못했다. 그 결과 인류의 삶은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빈부의 격차는 심화됐다. 상당수가 동의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누구는 대탈출에 의미를 두고, 또 다른 누구는 낙오자에 방점을 찍는다. 성장과 평등의 함수관계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이유다.
불평등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될까. 이 또한 생각해볼 만한 논제다. 모든 게 절대적으로 평등한 사회는 바람직한 모습일까. 부(富)의 분배를 결과적으로 균등하게 하려는 범과 규제는 항상 옳을까. 결과의 균등보다 기회의 균등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불평등은 성장을 자극할까, 아니면 저해할까. 불평등이 던져주는 논리적 생각거리는 무수히 많다.
어느 사회나 국가든 불평등이 미덕이 될 수는 없다. 뒤집어 말하면 불평등의 축소·해소는 사회·국가가 풀어야 할 이 시대의 과제다. 하지만 정당한 땀의 대가를 인정하는 것 역시 성숙한 시민의 몫이다. 불평등을 맹목적 편견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4, 5면에서 경제성장과 불평등 논란을 자세히 살펴보고 소득·빈부격차 등에 관한 용어도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