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뜨거운 감자 '사내유보금 과세'

입력 2014-09-22 16:52
"세금 물려서라도 투자 늘려야"
"투자 유도할 여건 개선 더 시급"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사내유보금 과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6일 정부의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규제완화나 규제철폐 등을 통해 기업을 도와줌으로써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나성린 의원이 주도하는 ‘국가재정연구포럼’의 주최로 열린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 9월17일 한국경제신문

☞ 집권 여당의 대표가 과세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내유보금이란 게 무엇이고 왜 정부는 여기에 세금을 물리려고 하는 것일까? 또 새누리당 대표는 이런 정부 방침에 왜 반대하는 것일까?

사내유보금(社內留保金)은 말 그대로 기업이 회사내에 유보해 놓은(쌓아 놓은) 자금이다. 사내유보금엔 크게 잉여금(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과 현금외 재투자자산 등이 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 내에 쌓아둔 돈

잉여금은 법정자본액을 초과하는 회사의 순자산액이다. 잉여금에는 다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이 있다. 이익잉여금은 영업활동으로 인해 생긴 이익이 축적된 것이며, 자본잉여금은 자본거래로 생긴 잉여금이다.

예를 들어 A회사가 설립하면서 액면가가 5000원인 주식 10만주를 발행했다고 하자. 이제 A사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면 돈이 들어온다. 이게 매출액이다. 매출액에서 기업이 물건을 만드는 데 든 비용인 매출원가와, 해당 제품을 판매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인 판매관리비를 뺀 게 영업이익이다. 그런데 회사는 꼭 영업을 통해서만 이익을 내는 건 아니다. 회사가 갖고 있는 건물의 임대료나, 주식이나 채권에서 투자 발생한 배당이나 이자가 있을 수 있다. 이걸 영업외손익이라고 한다. 영업이익에 영업외손익을 합친 것에서 법인세 등 세금을 빼면 당기순이익이 나온다.

이제 기업은 이 당기순이익을 주인인 주주들에게 배당을 통해 돌려주기도 하고,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 등을 위해 회사 내에 쌓아두기도 한다. 이렇게 당기순이익의 일부를 쌓아놓는 것을 이익잉여금이라고 한다.

그런데 A회사가 장사가 잘돼 자본금을 늘리려 한다. A사의 현 자본금은 주당 액면가 5000원을 발행주식총수 10만주와 곱한 5억원이다. 이게 A사의 법정자본금이다. 법정자본금은 회사의 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액면총액으로, 발행주식수에 액면가를 곱해 산정한다. A사가 자본금을 늘리려면(증자를 하려면)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하는데 A사의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주당 1만5000원에 1만주를 발행해 파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 발행가 1만5000원에서 액면가 5000원을 뺀 주당 1만원이 이익이다. 이렇게 주식을 발행하면서 액면가를 초과한 금액(주당 1만원×1만주=1억원)을 주식발행초과금이라고 한다. 또 A사는 10년 전에 땅 1000평을 1억원에 샀는데 지금 시가로 계산해보니 3억원으로 뛰었다. 이렇게 회사가 가진 자산 가치를 재평가해 장부가보다 시가가 더 비싸면 회계상 차액(2억원)이 생기는데 이를 재평가적립금이라고 한다. 이처럼 주식발행초과금이나 재평가적립금은 회사의 영업활동 이외에서 생긴 이익이고 이렇게 쌓인 돈이 자본잉여금이다.

사내유보금은 회사의 영업(이익잉여금)이나 재무 활동(자본잉여금)으로 생긴 이익 중 배당이나 투자를 하지 않고 회사 내에 쌓아둔 자금이다.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현금뿐만 아니라 영업권, 특허, 공장 등 현금이 아닌 자산 형태로로 갖고 있다.

정부의 과세 추진 이유

사내유보금이 쟁점으로 떠오른 건 정부가 지난 8월 세법 개정안을 통해 여기에 ‘기업소득환류세’란 이름으로 10%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정부가 밝힌 과세대상은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초과한 법인(중소기업 제외)과 상호출자가 제한되는 그룹 소속 대기업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4000개 정도의 기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코스피200에 속한 우량 상장사의 세금 부담은 3312억원 정도로 분석된다.

정부가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려고 하는 것은 기업들이 투자나 배당, 임금으로 나눠주지 않고 과도하게 돈을 쌓아두면서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많은 돈을 쌓아둔 일부 기업들만 ‘부자’이고 가계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상태라는 점도 감안했다. 번 돈을 회사에만 쌓아두지 말고 배당이나 임금을 늘리든지 투자를 확대하든지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일자리와 가계 소득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다. 코스피200 기업들이 이 세금을 물지 않으려면 세금의 10배인 3조3000억원가량을 투자나 배당, 임금, 납품가 인상 등에 써야 한다.

한국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지난 3월 말 현재 515조원에 달한다. 자본금 대비 유보율은 1733%에 이른다. 과거에도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게 한 적이 있다. 적정유보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 제도라는 게 그것이다.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부과된 이 세금은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지 않은 비상장 기업이 대상이었다. 비상장사들의 개인 대주주가 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내유보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2001년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IMF(국제통화기금)의 시정 권고에 따라 폐지됐다.

기업의 시각

그렇다면 김 대표는 왜 사내유보금 과세에 반대하는 것일까?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돈을 쌓아두는 이유에 대한 시각이 정부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들이 돈 벌 데가 없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이 너무 커져서 투자를 안하는 것이다. 불안하기 때문에 자꾸 벌어들이는 이익금을 쌓아 놓는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가) 그것을 강제로 ‘투자 안 하면 과세한다’ 이렇게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려면 유보금에 대해 징벌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 투자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정도(正道)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기업이 오죽했으면 투자를 안하겠는가”라며 “과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미래에 대한 확실성을 주고 규제완화, 규제철폐, 또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정부에서 할 일이 아닌가 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굳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김 대표와 비슷한 생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내유보금 중 현금으로 쌓아둔 돈은 많지 않고 기계나 설비, 건물, 토지 등 실물자산 형태로 이미 경제순환 과정에 투입된 게 많다”며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이 많다고 기업들이 무작정 투자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사내유보금은 이미 세금을 낸 후 남은 당기순이익을 유보한 것인데 여기에 다시 세금을 물리는 건 이중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계획대로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려면 관련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여당 대표가 반대하고 나선 마당이어서 국회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비 증가와 함께 기업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징벌적인 과세를 통해서가 아니라 규제개혁을 비롯한 기업환경 개선이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도 “고임금과 강성 노조, 고용 경직성, 낮은 노동생산성 등으로 국내 투자 기피 현상이 심화돼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의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정답”이라고 전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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