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4] "한국, 기업가 정신 후퇴…국가경쟁력도 뒷걸음질"

입력 2014-09-21 22:24
필 로젠츠바이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

기업부문의 혁신위해 정부 정책 우선순위 둬야
기업들은 직원 실패 탓하지 않고 성공 보상해주는 제도 운영해야


[ 이유정 기자 ] 필 로젠츠바이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사진)는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며 “기업가정신과 경영 능력이 강화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젠츠바이크 교수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지식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 부문의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가경쟁력 보고서로 유명한 스위스 IMD 원장을 지낸 로젠츠바이크 교수는 한국경제신문이 오는 11월4~6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4’에 참석해 ‘어떻게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가?’라는 특별세션에 연사로 나선다. 20여년간 다국적 기업의 의사결정과 조직관리를 연구해 ‘경영학계의 구루(정신적 스승)’로 알려진 그는 기업의 의사결정 노하우를 소개할 예정이다.

로젠츠바이크 교수는 “2014년 IMD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26위로 지난해보다 4단계나 떨어진 것은 기업가정신과 혁신의 부족, 중소기업의 비효율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부분적으로는 문화적인 영향도 있지만 정부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조사를 살펴보면 기업가정신과 정부 역할 간의 상관관계가 더욱 두드러진다”며 “내외부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정책을 바꾸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순위에서 한국 기업들의 적응 능력은 56위, 이사회의 효율성은 58위로 최하위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자체적인 경영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최고의 도전은 그들 자신”이라며 “중국 등이 빠르게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라는 게 로젠츠바이크 교수의 의견이다. 실패를 벌하는 문화 속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도전하기보다는 정해진 패턴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젠츠바이크 교수는 “기업들이 직원의 실패를 탓하지 않고 성공을 보상해주는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개인이 재도전할 수 있도록 사업의 실패와 개인의 실패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충분한 자본이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인재포럼의 주제인 ‘신뢰’는 기업과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만 조직 구성원 간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며 “또 이 같은 개별 조직의 신뢰가 쌓여 정부와 법률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IMD도 여러 차례 비슷한 제안을 한 적이 있다”며 “이번 과세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따라 다른 국가의 모델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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