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현대車 아우토슈타트의 꿈

입력 2014-09-19 20:46
수정 2014-09-20 04:58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1994년 폭스바겐의 본고장 볼프스부르크를 찾았던 사장 페르디난드 피에히는 깜짝 놀랐다. 기차역에서 본사 공장까지 연결된 지하터널은 어두웠고 신차 출고를 기다리는 고객 대기석의 좌석 시트는 쿠션도 없이 너덜거렸다. 홍보 영상도 구경할 수 없었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고객 감동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는 곧바로 당시 유명 건축가 군터 헨을 만났다. 당시 헨은 혁신적 디자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디자이너였다. 투명 유리벽을 사용했으며 외벽에 컬러를 입히고 공간을 과감하게 확장하는 실험정신이 강했다. 피에히는 그와 뮌헨 폭스바겐 건물을 지을 때 인연이 있었다. 그는 헨에게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스토리텔링이 있는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자동차도시)’의 설계를 부탁했다.

헨은 폭스바겐 브랜드가 얘기하고자 하는 요지로 소비자들이 오감(五感)으로 체험할 수 있는 놀이공간을 떠올렸다. 폭스바겐의 전통과 스토리를 감성화하는 게 목표였다. 축구장 35개 면적에 5000억원이 돈이 투자됐다. 브랜드마다 전시관을 따로 만들었다. 각종 볼거리, 놀거리 공간과 쇼핑, 영화감상 공간도 마련했다. 컴퓨터시뮬레이션으로 자동차를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설비도 갖췄다. 리츠칼튼호텔도 유치했다. 둥근 원통형의 20층짜리 자동차 보관소 ‘아우토튀르메’도 헨의 디자인 자신감(design confidence)의 산물이다.

무엇보다 아우토슈타트의 혁신은 도심과 테마파크의 연결에 있다. 도심에서 이곳 테마파크로 들어오는 길을 놀이차로 이었다. 도시 속의 도시로 들어오는 감동이다. 헨은 공간의 외연적 확장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지금은 연 100만여명의 독일인이 아우토슈타트에서 놀거나 자동차를 구매하러 볼프스부르크에 들른다. 2012년 아우토슈타트는 또 하나의 전시관을 만들었다. 포르쉐가 폭스바겐그룹에 편입되자 바로 포르쉐 파빌리온을 설립한 것이다. 이곳도 군터 헨이 직접 설계했다. 포르쉐의 디자인을 형상화한 게 특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매입하면서 전시장 체험장 박물관 등을 주제로 한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강남의 관광명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흔히 정몽구 회장의 뚝심을 말하지만 어찌 뚝심만인가. 디자인적 사고의 결정판이요 창조적 자신감일 것이다. 100조원짜리 자동차 도시를 만들어낼 제2의 군터 헨이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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