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이은 포퓰리즘…망가진 '석유富國' 베네수엘라

입력 2014-09-18 21:58
수정 2014-09-19 03:47
S&P, 국가신용등급 CCC+ 로 강등…"디폴트 가능성 50%"

2014년 경제성장률 -3.5% 전망…8월 물가상승률 62%
차베스 이어 집권한 마두로, 과도한 복지정책…재정 파탄


[ 김은정 기자 ] 석유부국 베네수엘라가 무리한 복지정책에 휘청이고 있다.

해외에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식료품 제공 등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이어온 베네수엘라는 60%가 넘는 물가상승률과 경기침체, 외환보유액 급감에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등급은 추락하고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디폴트 가능성 50% 달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8일 베네수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한 단계 낮췄다. 투자적격등급에서 7단계 낮은 수준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든 게 주된 원인이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 성장에 그쳤고, 올해는 -3.5%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은 208억달러(약 21조6630억원)로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유동자금은 30억달러 미만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의 총 채무는 800억달러를 웃돌고, 3년 안에 갚아야 하는 채무만도 282억달러다.

S&P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제때 적절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낮다”며 “앞으로 2년 안에 디폴트에 처할 가능성도 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는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침체와 정정불안 등에 대한 우려로 베네수엘라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연 15%까지 치솟았다.

물가상승률은 중남미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8월 63.4%였고, 올해 전체로는 6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네수엘라에서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은 만성적인 사회문제”라며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무리한 복지정책에 흔들린 국가재정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혼란은 작년 3월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1999년 대통령이 된 후 4선에 성공하면서 14년간 베네수엘라를 이끌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석유개발, 광산, 전력, 통신, 은행 등 주요 산업을 국유화했다. 빈민층에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휘발유와 생활필수품 등을 무료로 보급하는 등 강력한 사회복지정책을 펴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필요한 자금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공사(PDVSA)를 통해 조달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수출로 연간 850억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베네수엘라 경제의 석유수출 의존도는 90%를 넘는다.

하지만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 생산능력, 수출은 모두 감소했다. 1998년 하루 원유 생산량은 341만배럴이었지만 2012년에는 247만배럴로 줄었다. 사회복지 프로그램 재원 마련을 위해 PDVSA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영업 효율성이 떨어지고 투자가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석유를 팔아 얻는 수입이 줄면서 베네수엘라는 정부지출 감소, 민간소비와 투자 위축의 연쇄적 타격을 받았다. 수년간 석유분야에 대한 투자를 못해 생산이 정체되면서 2010년 이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작년 4월 대선에서 ‘차베스의 아들’을 자처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차베스의 경제정책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과 환율 통제 등 반(反)시장주의 정책은 기업들의 활동 위축과 물자 부족을 낳았고, 이는 다시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이 회복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가 포퓰리즘의 뼈아픈 대가를 절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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