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 증시에 답 있다
ECB, 금리 내리면 한국도 인하 압박받아…변동성 상품에 투자 필요
미국 부동산 펀드 주목…5년 만기 연 7% 수익 기대…사모·투자액 큰 점은 단점
[ 박한신 기자 ]
은행 창구에 자주 오는 한 노부부는 긴 인생을 나름 성공적으로 보내고 노후를 맞았다. 자녀들을 잘 키웠고, 퇴직금도 열심히 저축해서 잘 모아놨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자금이어서 손실이 나지 않도록 정기예금을 계속 연장해 이자를 받으며 생활했다. 하지만 요즘 이들 부부는 우울한 기분에 젖어 있다. 최근 정기예금이 만기가 됐지만 금리가 연 2.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금리가 더 하락해 1%대 수익에 그칠 것이라는 소식은 이들을 고민에 빠뜨렸다. 실제 특정 사례지만 이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빠져 있다. 정기예금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돈, 은행서 시장으로…부동산 지역 편차
지난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25%로 인하했다. 물론 이달에는 동결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CB의 기준금리 인하로 유로화 약세가 심해지면서 글로벌 환율 전쟁이 격화하면, 국내 금리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금리를 왜 인하하는 것일까. 소비심리 회복을 통해 경기가 좋아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부동산 및 금융정책의 완화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 내수 안정화가 그 목적이다. 그렇다면 금리가 내리면 돈은 어디로 갈까. 은행 금리보다 높은 시장으로 이동해 높은 수익률을 도모하게 된다.
일단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9·1 부동산 대책 후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 단지로 일부 자금이 이동했다. 목동·상계동·잠실·반포 등에서는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르는 등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한 상당수 지역은 재건축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의 인구 구조상 집을 구입할 실수요자가 줄어들고, 더 이상 주택 투자에서는 이전처럼 큰 자본이득을 얻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일부 지역에서 가격 상승은 있겠지만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의 상승 추세 진입은 좀 더 보수적인 시각으로 지켜봐야 한다.
ETF, 안정성과 수익률 동시에 만족
그렇다면 금융에서 연 4~5%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상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우선 금융투자 전에는 전문가와 상의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봐야 한다. 주로 40~50대로 현금 흐름이 양호한 사람은 투자상품 비중을 늘리는 게 좋다. 안정된 예금을 바탕으로 한다 하더라도 적절한 변동성 투자상품을 보유해야 한다. 위험이 싫다고 해서 정기예금만으로 살 수 없는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요즘 금융권 상품 중 가장 인기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는 ‘주가지수연계신탁(ETF)’이다. 하나·신한은행에서 매주 300억원 이상 팔리는 상품이다. 주식 또는 채권에 항후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전제로 투자한다면, ELT는 일정 부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구조다.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사례가 몇 차례 나온 것처럼 어떤 경우에도 안전한 상품은 없다. 그러나 일정 부분 하락할 경우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녹인(knock-in) 조건이 없고, 코스피200, 홍콩H 등 지수를 기준으로 한 상품이라면 적어도 하나은행에서 판매한 ELT 중 손실 사례는 없다. 보통 3년 만기 상품이며,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 기회가 있어 3년 만기까지 기다리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 신규 가입한다면 65% ‘노녹인(no knock-in) 지수형’ 상품을 추천한다. 주가지수가 35% 하락하더라도 마지막 지수가 65% 이상이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 보다 안정적이다. 또한 배리어가 낮아서 조기 상환이 빠른 상품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6개월에 연 5~6%대로 조기 상환돼 이자와 원금을 받는 ELS 상품이 빨리 마감된다.
美 금리 인상 대비한 투자도 고려해볼 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조기 금리 인상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란 정책과 경기, 그리고 시장 흐름이 바뀌는 변곡점에 있을 때 그때 발생하는 호재와 악재에 따라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증시는 2009년 7000에서 2014년 17,000까지 142% 상승했다. 이제는 미국도 비정상적으로 달러를 풀었던 것을 거둬들이고, 금리를 인상해 정책적인 경기부양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시장 충격은 올 것이다. 조그만 파도가 넘실대서 무난히 넘어가기를 바라지만, 큰 태풍도 올 수 있어 여러 가지 고려해 투자하기를 권하고 있다.
미국 뱅크론은 담보가 있어 채권 회수가 선순위이기에 안정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대출 채권은 대부분 금리 연동이기에 금리가 올라가면 이율이 높아져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많아지는 구조다. 금리 인상 위험이 없고 안정적 담보도 있는 뱅크론은 적절한 투자상품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우량 부동산 펀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연 7% 이상을 얻을 수 있는 5년 만기 상품이 보통이다. 휴스턴 등 미국 대도시의 중심상업지역 빌딩에 투자하는 등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10년 임대 계약을 법적으로 체결한 미국 대기업의 본사 건물에 투자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들어오는 상품도 있다. 다만 이런 상품은 PB를 중심으로 사모펀드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입 금액이 3억원 이상이란 것과 소수 인원만 모집해 빨리 마감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배당주는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 높아
국내 주식투자는 배당 확대 정책이 가장 큰 이슈다.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되면 우선주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우선주는 보통주에 앞선 배당권과 잔여재산 청구권이 있다. 정부는 고배당 주식에 한해 배당소득의 원천징수 세율을 기존 14%에서 9%로 인하했고, 연간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해당 고액 재산가(41.8%)에게 25% 분리과세를 선택 적용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기업 배당 확대와 세제 감면 등으로 배당주는 일시적이 아닌 꾸준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 위험을 마냥 피할 수만은 없다.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고 본인의 투자 경험과 기대수익을 고려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 위험을 적(enemy)이 아닌 동반 가능한 친구(friend)로 만드는 것이 앞으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자금 운용 방법이 될 것이다.
김봉수 <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 골드P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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