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최경환 정책 잇따라 '태클'

입력 2014-09-16 22:13
수정 2014-09-17 04:11
향후 黨政 진통 예고

재정확대 우려 이어 사내유보금 과세도 반대
"과세보다 규제완화 통해 기업투자 적극 유도해야"


[ 은정진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른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핵심 정책에 대해 잇달아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정부의 재정 확대 방침에 우려를 제기한 데 이어 16일에는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올가을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을 설득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국가재정연구포럼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기업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미래에 대해 확실성을 주고 규제 완화 및 철폐 등에 힘을 기울여 기업을 도와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방향이라는 쪽으로 생각을 굳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사내유보금 과세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무성 대표는 “기업들은 돈 벌 데가 없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하지 않고 이익금을 쌓아 놓는 것”이라며 “그걸 (정부가) 강제로 ‘투자 안 하면 과세한다’고 하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기업 규제완화나 규제철폐 등을 통해 기업을 도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김 대표 발언은 취임 초부터 소비 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을 천명해온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핵심 정책에 정면으로 브레이크를 건 것이어서 향후 당정 간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사내유보금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선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집권 여당 대표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입법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가 최 부총리의 경제 활성화 정책을 비판하며 신경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간담회에 참석해 “(최 부총리의 경제활성화 정책인) 재정 경제 확대 정책만 갖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타협을 해야 하는데 최경환노믹스에는 그게 빠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재정건전성 관련 보고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지금같이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을 때는 단기간에 재정건전성이 훼손된다고 해도 좀 더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해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현재 국가채무비율을 따져 물으며 기재부의 재정 확대 정책으로 미래 재정의 악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처럼 여권의 두 실세가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면서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 대표가 내각 최대의 실세로 떠오른 최 부총리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원조 친박근혜’에서 최근 비주류 리더로 등장한 김 대표가 최 부총리에 대한 공격을 통해 여권 차기 유력 대권후보 1위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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