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삼성전자, 주가 하락 방기하나

입력 2014-09-15 11:02
주가 떨어지면 그룹 승계에 유리…증권가 "부양 의지 안보여"


이 기사는 09월05일(04:3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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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삼성의 그룹 승계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떨어지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지분 상속 과정에서 세금을 줄일 수 있고, 향후 혹시라도 있을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오너 일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주가 하락을 유도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방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부인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같은 일종의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증권가, “삼성전자, 주가 부양 의지 없어"
삼성전자 주가는 3일 52주 최저가인 118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2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년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월3일 147만원으로 올들어 최고점을 찍은 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하순에 잠시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같은달 31일 상반기 실적 악화 소식이 발표되면서 줄곧 내림세다. 주요 증권사들이 평균 7조5000억원 선이었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지난달말부터 6조원 안팎까지 끌어내리면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단순히 실적에만 요인이 있지는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주가 부양에 나서기 보다는 오히려 하락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31일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를 발표하면서도 중간배당금을 500원으로 동결하며 배당증대와 자사주 매입에 대해 “시간을 두고 고민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삼성전자 IR팀에서 주가가 떨어지면 향후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요인들을 설명했는데 최근에는 ‘휴대폰 시장이 더 안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주가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가 떨어지면 상속세 줄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공교롭게도 ‘3세 승계’가 그룹의 핵심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과 맞물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넉달째 와병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 상장과 합병, 지분이동 등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타면서 주가 하락 역시 그룹의 전체적인 ‘밑그림'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우선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3.38%(498만5464주), 3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5조9277억원 규모다. 상속세율 50%에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20% 할증을 감안하면 상속세는 3조6000억원 가량이 된다. 올해 최고 주가였던 6월3일 147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상속 지분가치는 7조3286억원, 상속세는 4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기간 동안 주가 하락으로 8000억원 가량의 예상 세금이 줄어든 셈이다. 이 부회장 등이 삼성전자 지분을 물려받아 지난해 수준(배당성향 12%)으로 배당을 받는다고 할때 예상되는 연간 배당금(852억원)의 9배 수준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이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 세금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면, 주가가 떨어질수록 절세에 유리하다.

◆지주사 전환에도 유리
증권업계에서 나오는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상으로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유리하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전환에 앞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해야 자사주를 매입하는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와 계열사 주식 약 55조원 규모를 보유한 지주회사와 나머지 시가총액 120조원 가량의 사업회사를 3대7 가량의 비율로 분할하고,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에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해 지주회사 지분을 늘리면 오너 일가는 지주회사를, 지주회사는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된다. 금융회사로서 의결권 제한을 받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제외한 오너 일가(4.7%)와 계열사(4.1%)의 삼성전자 지분은 8.8%다. 삼성전자가 분할하면 오너일가와 계열사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3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기존 삼성전자 자사주 11.1%에 현물출자 받은 8.8%를 더하면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19.9%로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20%)에도 못미친다. 지주회사가 보유 요건을 맞추고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분할 전에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1%를 매입하는데만해도 2조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만큼, 매입 규모와 주가 하락 정도에 따라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비용이 차이날 수 있다.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향후 제일모직과 합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오너 일가가 자신들의 지분율이 46.04%로 높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쳐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높인다는 방안이다. 이 경우에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낮아야 오너 일가가 보유한 제일모직 주식으로 더 많은 합병법인의 주식을 교환받을 수 있다.

◆삼성, “주가 하락 방기는 사실무근"
삼성전자는 이같은 분석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주가는 기본적으로 실적과 연동이 되는 문제"라며 “신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경영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주가 하락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가전전시회(IFA) 개막을 앞둔 3일(현지시간) ‘갤럭시노트4’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획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증권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반대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때 주가 상황에 따라 반대표가 대거 나올 수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했으나 주가가 매수청구가격보다 낮아져 차익을 노린 주주들이 대거 반대해 실패했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보유한 주식의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더 낮게 나오는 이른바 ‘지주사 할인'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주주들이 지주사 전환을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LG가 1999년부터 지주회사로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주식 정리에 온 힘을 쏟다가 3~4년 투자를 못해 삼성과의 격차가 벌어졌다"며 “IT가 급변하고 있는데 삼성이 지금 그런 식으로 대규모로 주식을 사고 팔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주가 하락이나 유도할 정도로 한가한 기업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주가 하락과 지주회사 전환이 적대적 M&A에 취약해진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적은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를 지배한다면 외국인들이 지주회사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적대적 M&A를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삼성전자가 제일모직과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둘 수가 없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만약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도입돼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됐다하더라도 보유한 15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한다. 이를 삼성 내 계열사에서 떠안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 주식을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삼성생명 지주회사의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매입하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분은 제일모직의 삼성생명 사업회사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무리 삼성전자라 하더라도 15조원이나 되는 주식을 매입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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