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기술은 인간의 생각을 가두는 '유리감옥'…IT-인간, 공존의 방정식은?

입력 2014-09-12 19:19
수정 2014-09-13 04:46
■기술은 인간의 생각을 가두는 '유리감옥' IT-인간 , 공존의 방정식은?

우리는 학교, 가정, 직장에서 더 편리한 삶을 살기 위해 컴퓨터에 의존한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고, 랩톱을 켜고, 스마트폰을 꺼낸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은 더 편리해졌고, 잡다한 일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다.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거나, 또는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상을 기계가 대신하는 자동화 테크놀로지 시대에 삶은 과연 풍요로워졌을까? 기술 맹신에 빠진 인류에게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인 니콜라스 카는 ≪유리감옥≫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무능해지는가?”

인간은 기술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빅데이터 등을 통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로봇 청소기처럼 일상생활 속 기기는 물론 의료, 항공, 전쟁 등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은 자동화의 이면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삶 곳곳에 자리잡은 자동화 사례들은 기계가 어디까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소프트웨어가 운전하는 자동차=구글의 로봇 기술자 세바스찬 스런은 2010년 10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구글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장착된 무인 자동차는 실제 도로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무인 자동차가 접하게 될 수많은 법적, 문화적, 윤리적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가 조종하는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켜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이러한 과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자동차의 소유자에게 있을까, 소프트웨어를 만든 프로그래머들에게 있을까.

조종사가 없는 비행기=2013년 미국연방항공국은 항공사들에 ‘적절한 때에 조종사들에게 수동 비행을 홍보할 것을 권장한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FAA는 조종사들이 자동조종장치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비행기를 비정상적 상태에서 신속히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9년에 발생한 콜건항공 소속의 여객기 Q400과 에어프랑스의 에어버스 A330의 추락 사고는 실속 상태에 빠진 비행기를 제대로 조종하지 못한 조종사들의 과실 때문이었다. 두 사고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과연 무엇이 조종사들의 조종 능력과 대처 능력을 빼앗아갔을까.

살인 로봇, 드론=미국의 국방부는 전쟁터에서 생사와 관련된 결정을 내릴 권한을 기계에 넘겨주는 방법과 그로 인한 결과를 연구해왔다. 프레데터(Predator)와 리퍼(Reaper) 같은 무인 드론에 의한 미사일과 폭격 공격은 이 분야의 격렬한 논쟁거리다. 찬성론자들은 드론이 보병과 조종사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전통적인 전투와 폭격으로 인해 생기는 희생자들과 피해를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반대론자들은 드론의 폭력을 국가가 후원하는 암살 행위로 간주한다. 현재 드론이 스스로 비행하고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무기 발사 결정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군인들이 내린다. 하지만 머지않아 컴퓨터가 방아쇠를 당기는 시기가 온다면, 전장의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스크린이 아닌 세상과 마주보라

위의 사례들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실제로 50만 마일이 넘는 거리를 주행했으며, 기술적 문제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10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 기술적으로만 따지면 100% 자동화되고 컴퓨터가 통제하는 살인 기계를 제작할 수 있다. 인간의 삶 깊숙이 파고든 자동화의 향방은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불안한 질문을 던진다.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변수들을 헤아려 가장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계에 모든 통제권과 선택권을 넘긴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니콜라스 카가 자동화 테크놀로지에 대해 비판적인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과 만족감은 실제로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직접 할 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주의 집중이 온통 컴퓨터 스크린과 스마트폰 액정에 향하는 순간 세상과 동떨어지게 되고, 그것이 삶의 행복과도 멀어지는 한다는 것이다. 자동화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도록 해주지만, 내가 누구인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차단한다.

신중하게 사용한다면 기술은 단순한 생산이나 소비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술은 경험의 수단이 되고, 우리에게 풍부하고 참여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알려준다. 각종 테크놀로지 도구들을 우리 자신의 일부이자 경험의 수단으로 복귀시킴으로써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기술은 우리에게 디지털 시대에서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제공해줄 것이다.

마수미 한경BP 기획편집부 matssum@hankyung.com


■ 드론·디스킬·리퍼…
유리감옥을 제대로 읽으려면 이쯤은 아셔야죠!

?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device): 안경, 시계, 의복 등 사용자가 거부감 없이 신체의 일부처럼 항상 착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현재는 초기 시장이 형성 중이며, 향후에는 생체이식형의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이런 기기들의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 디스킬(deskill):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숙련도를 떨어뜨린다는 의미. 이 책에 등장하는 조종사, 의사, 건축가 등은 자동화로 인해 재능과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자동화·표준화로 인간의 물질적 삶은 풍부해졌지만 재능과 인지능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드론(drone):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전파의 유도에 의해서 비행하는 비행기. 원래 드론은 정찰을 통한 정보 수집용으로 개발됐으나 기능을 향상시키면서 프레데터와 같이 지상군 대신 공격에 투입하기 위한 공격적 성향을 강화해왔다. 이 책은 현재는 드론의 최종 공격권을 사람이 쥐고 있지만 드론이 더 지능화돼 공격권까지 드론이 쥔다면 어떤 양상이 벌어질까를 고민해보라고 화두를 던진다.

? 프레데터( Predator)·리퍼(Reaper): 분쟁지역 감시를 위해 도입된 미국 공군의 무인정찰기 겸 공격기다. 적군의 방어망이 가동 중이거나 화학무기 오염 가능성이 있는 곳에 주로 투입된다. 2007년 10월부터는 프레데터보다 작전 행동 반경이 늘어나고 무장 운용 능력이 확대된 리퍼가 ‘테러와의 전쟁’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 스마트폰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라

대한민국에는 ‘고개 숙인 사람’이 많다. 이른바 스마트폰 중독자들이다. 친구와 만나도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보다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숙인다. 청소년이든 중년이든 현상은 비슷하다. 지하철 안 풍경이 바뀐 지는 오래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거나 책을 보는 사람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무언가에 열중한다. 문자를 보내고, 게임을 하고, 검색을 하고…. 방송에선 ‘고개를 들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는 공익광고까지 내보낼 지경이다. 스마트폰은 분명 인류에게 주어진 커다란 선물이다. 스마트폰 덕에 세상은 좁아지고, 상상력은 무궁히 확장됐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모든 것에 적용되는 명언이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인터넷 중독, 수위를 넘어서다

스마트폰 중독이 수위를 넘어섰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75%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중독 위험성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는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을 숫자로 보여준다. 만 5세 이상 54세 이하 인터넷 이용자 1만7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은 11.7%로 최근 2년 연속 증가했다.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유·무선 인터넷을 과다하게 사용해 인터넷 이용에 대한 금단, 내성, 일상생활 장애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범위를 좁히면 중독현상이 더 심하다. 만 10세 이상 54세 이하 스마트폰 사용자 1만55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11.8%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중 청소년(만10~19세)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무려 25.5%에 달했다. 전년보다 7.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청소년 4명 중 한 명꼴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91.1%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은 집중과 다르다

사람들은 왜 중독에 빠질까. 전문가들은 자극과 내성의 원리로 중독을 설명한다. 작은 자극에 자주 노출돼 내성이 생기면서 점차 큰 자극을 원하는 것이 중독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이나 만화에 몇 시간씩 빠져 있는 것을 집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두뇌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이 흥분과 긴장에 빠져드는 것은 중독이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은 집중이라는 것이다. 게임에 빠지면 집중을 방해하는 뇌파인 ‘하이베타(High-Beta)’가 활성화되고, 공부에 몰입할 때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수면 부족, 성적 하락, 사회적 이탈 등 청소년들이 치르는 대가도 엄청나다. 학습기회 손실만도 연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의 독을 해소하다는 뜻이다. ‘디지털’에 독을 해소한다는 의미의 ‘디톡스’가 결합된 말로 디지털의 홍수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단식으로 몸에 쌓인 노폐물을 해독하듯 스마트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거나 사용 빈도를 줄임으로써 정신적 회복을 꾀하는 것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의 무절제한 사용은 전자파로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뿐더러 중독으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명기기의 주인이 되라

‘군자는 사물을 부리지만 소인은 사물에 부림을 당한다.’

《순자》 수신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는 어떤 물건이나 물질에 종속돼 자아를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종속되는 것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만은 아니다. 때로는 편견에 종속되고, 때로는 아집에 매몰돼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삶의 패턴 자체를 바꾼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하지만 기술의 덫에 빠져 인간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인간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주인적인 삶을 살라는 뜻이다. 인터넷에 중독되고, 스마트폰에 중독돼 균형된 삶을 무너뜨리는 것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임을 포기하는 셈이다. 문명의 이기도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해야 그 가치가 더 빛이 나는 법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나도 혹시 '노모포비아'
수시로 휴대폰 만지고, 폰 갖고 화장실 가고…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과 떼놓을 수 없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육체적·정신적 질환을 초래하면서 점차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노모포비아(nomophobia)는 휴대폰이 없을 때 초조해 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다. 이른바 휴대폰 중독이나 휴대폰 금단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휴대폰을 수시로 만지작거리거나 손에서 떨어진 상태로 5분도 채 버티지 못한다면 노모포비아 증후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강제로 휴대폰 사용을 제지당했을 때 폭력적인 반응을 보여도 이에 해당한다. 당신이 노모포비아인 것을 확인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의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법을 소개한다.

장두원 인턴기자(연세대 국어국문2) seigichang@yonsei.ac.kr

△스마트폰이 없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이성 친구를 잃는 기분이다. △하루 두 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설치한 앱이 30개 이상이고 거의 모두 사용한다.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갖고 들어간다. △키패드가 쿼티 키패드이다. △자판 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스마트폰을 보물 1호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2회 이상 한 적이 있다. △밥을 먹다가도 알림이 오면 바로 확인한다.

자가 진단 결과 △1~2개는 양호 △3~4개 양호하지만 위험 △5~7개 중독 의심 △8~10개는 중독이다. 10가지 문항 가운데 중독이 의심되거나 중독으로 판명난 경우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며 자신만의 여가생활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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