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신소재 '투트랙'…LG화학, 업황 부진 뚫는다

입력 2014-09-12 07:10
Cover Story - LG화학

三重苦를 이겨라
석유화학 부진에도 '기본' 에 충실
中 생산법인 목표 20% 초과 달성
R&D·인재확보로 원천기술 개발

지속성장 DNA를 찾아라
고흡수성 수지·합성고무 매출 다변화
水처리·OLED 등 미래사업 발굴
"100년 넘게 영속하는 기업으로"


[ 박영태 기자 ]
석유화학 업황이 수년째 악화일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중국 시장의 자급률 증가, 셰일가스 개발 여파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다. 이런 와중에도 국내 화학업계의 맏형인 LG화학은 지난 상반기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LG화학의 중국 석유화학 생산법인이 목표를 20% 이상 초과 달성한 것. 주인공은 중국 상하이 남쪽 항구도시 닝보에 자리잡은 LG용싱법인이다. 1996년에 설립된 LG용싱은 정보기술(IT) 제품에 쓰이는 아크리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BS), 신발 깔창 등의 원재료인 스티렌 부타디엔 라텍스(SBL)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용싱이 불황 속에서도 고성장한 것은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값싸고 질 좋은 원재료를 찾아내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힘쓴 것. 그 결과 중국 정부도 LG용싱의 경쟁력을 인정했다. 지난해 환경 정책을 다루는 중국 환보국(環保局)이 제조공정을 살펴본 뒤 정부기관 등에 LG용싱 제품 구매를 추천했다.

합성고무·EP·SAP…글로벌 톱으로 키운다

LG용싱은 LG화학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LG화학의 모토는 ‘100년 넘게 영속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급작스러운 경영환경 변화가 생기더라도 성장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바로 연구개발(R&D)과 인재 확보다. 올해 R&D 투자는 지난해(4500억원)에 비해 31% 많은 59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R&D 인재 확보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R&D 인력은 올해 29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10년 1500명이던 것에 비하면 4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늘리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시 짜고 있다.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미래 성장형 사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고흡수성 수지(SAP), 합성고무 등 기술기반사업 강화와 신소재 발굴이라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펴고 있다. EP 분야는 2018년 글로벌 톱3 진입이 목표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등에 들어가는 고기능 친환경 제품과 자동차용 제품의 매출 비중을 현재 30%에서 2018년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AP 사업도 확대한다. 기저귀 원료로 쓰이는 SAP의 생산 능력을 늘려 5000억원 안팎인 매출을 4년 내에 두 배 이상으로 키우기로 했다. 친환경 타이어 등 합성고무 사업도 현재 10%대인 매출 비중을 2018년 40% 이상으로 늘려 세계 톱 메이커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현재 2조원 안팎인 기술기반사업 매출이 2018년에는 4조5000억원대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처리·OLED 등 미래 신사업 발굴

미래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수처리 필터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 3월 수처리 필터 전문업체인 미국 나노H2O를 인수했다. LG화학이 보유한 화학소재 설계 및 코팅 기술을 결합해 세계 메이저 업체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해담수용 역삼투압 필터 시장은 해마다 23%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시장이다.

신소재도 LG화학이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하는 분야다. 탄소나노튜브(CNT), 이산화탄소 플라스틱뿐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 정보전자소재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3차원(D) 편광필름패턴(FPR) 등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디스플레이 소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차세대 고용량·고출력 배터리도 공을 들이는 분야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스텝트 배터리를 출시한 데 이어 구부리거나 묶어도 작동하는 플렉시블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기술 차별화로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셀을 개발했다. 빠르게 커지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난징에 모바일용 폴리머전지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10만대에 공급 가능한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도 내년 말까지 건설한다.

박 부회장은 “과감한 R&D를 통한 고부가 프리미엄 신제품 개발과 수처리 등 신사업 육성을 통해 2017년 매출 30조원의 세계적 소재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전관리·상생 강화…지속 성장에 투자

LG화학의 또 다른 화두는 ‘상생’이다. 지역사회는 물론 협력사 등과의 협력과 상생을 기업 경영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LG화학이 안전 관리에 유별나게 관심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학업종 특성상 LG화학은 다양한 물질을 취급한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사업본부 산하에 흩어져 있던 주요 공장의 안전환경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이관하고 본사 안전환경 담당을 임원 조직으로 격상시켰다. 진단을 전담하는 안전환경진단팀을 신설하는 등 안전환경 분야에 올 한해에만 1400억원을 투자한다.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44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총 2700여건의 기술지원 활동을 펼쳤다. LG화학은 앞으로도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