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사무라이 '양날의 칼'
환율 직격탄 현대車 연중 최저
외국인 도요타 사고 현대차 매도
내년까지 엔화 약세…수출株 비상
뭉칫돈 풀린 일본계 자금
올해 한국서 1조6000억 순매수
주식시장엔 긍정적 효과도
[ 윤정현 기자 ]
엔화 약세가 추석 연휴 이후 국내 증시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엔화 가치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엔저(低)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주엔 비상이 걸렸다. 반면 일본 내 경기 호조로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일본 자금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일본 자금이 미칠 파장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엔화 약세, 자동차주에 직격탄
11일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106.72엔으로 전날 세운 연고점(106.65엔)을 경신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엔화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초 102엔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한 달여 만에 4%가량 절하된 것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 하락은 국내 대표 수출주인 자동차주엔 악영향을 미쳤다. 일본차와 세계 시장에서 겨뤄야 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날 1.84% 떨어진 21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 3일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팔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외국인은 472억원어치, 기관은 99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경쟁사인 도요타 주가가 이달 들어 5% 상승한 것을 비롯 닛산, 혼다 등 일본 내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해 초 엔저에 자동차주가 크게 출렁였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결 시점이 임박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환율로 인한 가격 변수뿐 아니라 경기회복, 글로벌 경쟁력 등 물량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송동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연말 106엔, 2015년 말 111엔으로 내년 이후에도 엔화 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전망을 반영하되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 확대에 너무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계 자금 유입 재개
아베노믹스로 일본 내 뭉칫돈이 풀리면서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일본계 자금은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57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3월까지 순매도했지만 4월 들어 순매수로 돌아선 이후엔 8월까지 매달 5000억원 안팎의 순매수 규모를 유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본계 자금의 연간 순매수 최대치는 2010년의 5280억원이었다. 올해 순매수세가 이어진다면 한국 주식을 사들인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일본 밖의 외화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와 더불어 세계 최대의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도 주목하고 있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GPIF가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1% 늘리면 한국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은 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가 중국계뿐 아니라 일본계 자금으로 다변화되고 있어 국내 증시자금의 가파른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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