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부유세·자본세 매겨 불평등 해소한다고?

입력 2014-09-11 22:01
수정 2014-09-12 03:55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지음/장경덕 외 옮김/글항아리/820쪽/3만3000원


[ 이승우 기자 ] 올해 세계적으로 논쟁을 불러 일으킨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사진)의《21세기 자본》한국어판이 출간됐다.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처음 나온 이 책은 지난 4월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 이후 불평등에 대한 방대한 분석과 파격적 대안으로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프랑스, 영국, 미국, 스웨덴, 독일 등 여러 나라의 300여년에 걸친 장기적 통계를 바탕으로 불평등의 변천과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소득의 분배와 불평등을 다루는 통계와, 부의 분배 및 부와 소득의 관계에 대한 통계 두 가지를 바탕으로 논지를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사유재산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지식과 기술의 확산을 통해 격차를 좁혀가는 강력한 수렴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근본적 모순을 갖고 있다. 저자는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민간자본의 수익률 r이 장기간에 걸쳐 소득과 생산의 성장률 g를 크게 웃돈다”는 결론을 내린다. 자본은 한 번 형성되면 생산 증가보다 더 빠르게 스스로를 재생산한다는 것. “과거가 미래를 먹어 치우는 것이다”는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난 300년 동안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커져 왔다. 1914~1945년 시기에만 잠시 불평등이 축소됐을 뿐 이 같은 추세는 계속돼 왔다. 이 시기에는 연평균 3%의 고성장과 1차 세계대전 발발 전후의 누진소득세 도입, 전쟁으로 인한 파괴, 인플레이션 등 우발적 요인이 많았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주의 등장으로 소득세율은 인하됐고 성장률도 떨어지면서 불평등은 다시 확대됐다.

저자는 이 같은 불평등이 21세기에도 계속 심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세기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온 인구 성장과 기술 진보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가운데 자본의 몫이 계속 커지고 노동의 몫은 줄어들면서 자본이 자본을 낳는, 이른바 ‘세습자본주의’가 도래할 것이란 결론을 내놓는다.

잿빛 미래를 피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자본의 몫이 계속 커지고 소득불평등이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누진적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것. 쉽게 말해 극소수의 최고 소득을 거둔 사람에겐 지금보다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누진세가 처음 도입된 것은 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천문학적인 전비 조달을 위해서였다. 당시 소득세 최고세율은 70~90%까지 치솟았다.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와 대처주의 등장으로 이 비율은 30% 수준으로 내려갔다. 저자는 80%의 소득세율을 이야기한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자본세다. 주택, 부동산, 실물자본 등 개인이 소유한 자본에 전 세계적으로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다소 과격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해법이지만 “불평등은 민주주의 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능력주의의 가치들을 근본적으로 침식한다”는 그의 경고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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