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양적완화 기대감 커져
엔·달러 환율 6년만에 106엔대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은행이 처음으로 단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매입했다고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연 -0.004%였다. 액면가에 웃돈을 주고 국채를 사들인 일본은행은 이 채권을 만기 때까지 보유하면 연 0.004%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의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라는 ‘극약 처방’을 쓰고 있지만 일본은행의 이번 국채 매입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의도적으로 이 시점에 사들인 것 같다”는 시장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장단기 국채 매입을 통해 본원통화를 연간 60조~70조엔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로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1%(연율 기준)까지 추락하면서 소비세 인상 후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으로 연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행동대장’ 격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정부와 정책 공조 차원에서 추가 양적완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 장기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다음달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 인상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일 간 금리차가 커지면서 엔화 약세 추세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날 엔화 가치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는 전날 달러당 106엔대를 깨고 내려온 데 대한 반발 매수로 이날 오전까지는 반등 흐름을 보였지만 오후 5시께 106.65엔까지 떨어졌다. 시장에는 해외 헤지펀드에서 대규모 엔화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엔화는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주요 15개국 통화 중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에 직면한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폭이 크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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