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체면구긴 대한항공 회사채

입력 2014-09-09 21:23
수요예측 절반 못채우고 참패

신용등급·금리 비슷한 하이트
3배 가까이 수요 몰리며 흥행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5일 오전 9시17분

신용등급이 비슷한 대한항공과 하이트진로홀딩스가 동시에 채권투자자를 모집한 결과 희비가 엇갈렸다. 대한항공은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지만 하이트진로홀딩스는 3배 가까운 자금이 몰리는 흥행을 거뒀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지난 4일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 기관 자금 2590억원이 쏠렸다. 모집금액 900억원의 2.87배 규모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와 진로소주를 소유한 순수 지주회사다. 이에 반해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880억원의 유효수요가 참여하는 데 그쳤다. 전체 모집금액 2000억원의 44%에 해당한다.

대한항공 신용등급은 ‘A-’,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한 단계 높은 ‘A0’다. 예상 발행금리는 대한항공 2년 만기물이 연 4.1%, 하이트진로홀딩스는 3년물이 연 3.4% 수준이다. 두 회사의 신용등급이 비슷하고 대한항공이 등급 대비 높은 금리를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들이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업종 안정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분석이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부장은 “대한항공의 경우 부채가 많고 계열사인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위험 탓에 투자자들이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이트진로홀딩스 역시 자회사 경영환경이 좋지 않지만 업종 안정성이 높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원화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1년9개월 만이다. 2012년 말 처음 수요예측을 실시했을 당시 경쟁률은 0.14 대 1로 이번보다 낮았다. 대한항공은 적극적인 항공기 투자로 부채가 20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696.8%다.

박정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BBB’급이 된다는 우려 또한 기관들의 참여를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오는 16일 동시에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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