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페북 응원' 받은 서울대 4인방 청년창업 성공기

입력 2014-09-04 15:07
수정 2014-09-05 07:37
[인터뷰] 한녹엽 인테이크푸즈 대표
싱글푸드 앞세워 1인가구 시장 공략
'필요한 만큼만' 슬로건 日시장 진출



[ 김봉구 기자 ] 서울대생 4명이 모여 만든 인테이크푸즈는 ‘이단아 스타트업’이다. 청년창업이 많은 ICT(정보통신기술)·바이오 분야가 아닌 식품산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아이템은 이름도 생소한 ‘싱글푸드’. 1인가구를 위한 맞춤형 식품이란 콘셉트로 승부수를 띄웠다.

인테이크푸즈는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응원글을 남겨 주목받았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이들에게 받은 편지를 소개하며 창조경제 메시지를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 후 처음으로 페이스북에 직접 작성한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3일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한녹엽 인테이크푸즈 대표(27·사진)는 “식품산업이 정체돼 소비자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새 상품을 내놓으면 혁신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며 “학교 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 서울대생 4인방, 창업 1년 만에 20억 매출 대박

식품공학과(06학번) 출신의 한 대표 등 4명이 회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해 2월. 초기 자본금은 용돈을 털어 마련한 200만 원이었다. 이들은 창업 1년 만에 매출 20억 원 규모로 회사를 키웠다. ‘닥터넛츠’ ‘수퍼브라질넛’ 같은 견과류 제품을 비롯해 ‘모닝죽’, ‘커버더마운틴’(초콜릿) 등의 싱글푸드 브랜드를 내놓았다.

이들이 내세운 싱글푸드 콘셉트는 ‘현대인의 섭취 패턴에 알맞은 가장 현대적인 식품’이다. 한 대표는 “필요한 만큼, 제때 먹자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인가구 증가 추세가 가장 빠르다. 하지만 상품은 4인가구 기준으로 구성돼 있어 전통적 ‘대량생산 대량소비’ 방식이 깨지는 타이밍이 온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는 아이디어나 기술만으로 창업하기가 쉽지 않다. 유통망과 물류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제품이 소비자에게 닿기 어렵다. 사업 경력이 짧은 20대 청년 몇이 모여 도전하기엔 녹록치 않은 시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온라인 유통채널을 섭렵하고 백화점·편의점 납품에도 성공했다. 젊은이들이 발로 뛰며 패기로 일군 결과물이다.

한 대표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 쪽으로 전혀 인맥이 없어 힘들었다. DM(다이렉트 메일)을 수천 통 뿌리고 연락이 계속 닿지 않는 곳은 무조건 담당자를 찾아갔다” 며 “직접 만나기 어려운 곳은 안면을 익힌 중간 벤더(유통상)가 다리를 놔줘 접근했다. 이런 방식으로 신세계·현대백화점 상품기획자(MD)와 만나 제품이 들어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 회사 설립 단계부터 '싱글푸드' 콘텐츠로 승부수

마음만 먹으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서울대생들이 창업에, 그것도 ‘스타트업 불모지’에 가까운 식품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일까. “먹는 데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이라 그랬던 것 같다”는 소박한 답변이 돌아왔다.

한 대표는 “저도 식품공학을 전공했지만 함께 창업한 타 전공 학생들도 직접 요리하고 외식업체들을 찾아다니며 분석한 마니아였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식품공학 쪽은 창업 사례가 거의 없었고 공부 자체도 지나치게 학문적이란 불만이 있었다. 배운 내용을 녹여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실용적 작업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그 방법이 창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무작정 발로만 뛴 것은 아니다. 한 대표는 ‘콘텐츠가 힘’이라고 생각했다. 창업 아이디어 단계부터 싱글푸드를 콘셉트로 잡고 차별화에 나섰다. 시장 조사와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를 분석해 1인가구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 결과물이 1인1회 섭취 기준에 맞춘 제품이다. 우선 시장 반응을 살피려고 간편히 휴대하고 먹을 수 있는 소용량 견과류 제품을 출시했다. 한 대표는 “1인가구의 기존 소비가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 이라며 “섭취의 단위를 바꾸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특히 싱글푸드란 용어를 개발하고, 책도 두 권을 펴내는 등 개념 확산에 주력했다. 한 대표는 “직관적 용어와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독자적 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곧바로 소비자 반응이 왔다. 기존 업체들도 합세해 지금은 업계 추산 700억 원 규모 시장으로 커졌다.

전공자답게 식품 소비 패턴을 구매-섭취-저장의 3단계로 나눠 아이디어를 짰다. 한 대표는 “싱글푸드는 우선 구매 단계에서 기회비용 최적화를 통해 같은 비용으로 소비자가 몇 배 이상 다양한 제품을 즐길 수 있다. 필요한 만큼만 간편히 꺼내 먹을 수 있다는 점(섭취), 많은 양을 구매해 버려지는 손실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저장)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 '싱글푸드 커머스' 새로 오픈, 다음 타깃 일본 시장

초기 연착륙에 성공한 인테이크푸즈는 다음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싱글푸드 전용 ‘샵인테이크’를 오픈했다. 고객 접근성을 위해 온라인 매장 중심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이 화두다. 매사에 긍정적인 한 대표는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보고 깨지기도 하면서 오프라인으로는 어렵다는 걸 배웠다”고 털어놨다. 보다 잘할 수 있는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옮기면서 싱글푸드 커머스 형태로 구축할 방침이다.

PC(퍼스널컴퓨터) 웹에 모바일 웹, 어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해 1인가구 소비자가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1시간 이내 당일 배송’ 시스템을 접목시켰다. 소비자가 모바일로 접속해 식품을 고르면 한 시간 이내 배송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한 대표는 “최근 배달앱이 발달돼 물류·배송은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면 된다” 며 “지금은 가공식품과 곡류 위주지만 장기적으로 채소 같은 소용량 신선식품을 킬러 콘텐츠로 구상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 목표는 일본 시장 진출이다. 그는 “일본은 1인가구 문화가 일찌감치 자리 잡은 곳이다. 서울의 1인가구 비율이 25% 정도인 데 비해 도쿄는 50%에 가깝다” 며 “방사능 노출 등으로 인해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현지 수요가 있어 국내에서 직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 ‘K푸드’ 콘셉트로 내년 상반기 일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험으로 깨달은 적성 … "官주도 방식 탈피해야"

한 대표도 처음부터 창업을 준비한 건 아니다. 그는 “20대 초반의 내 경험치로는 진로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며 “많이 경험하면서 선택의 폭을 좁혀가 보자는 생각으로 여러 일과 아르바이트도 했다. 창업도 몇 차례 했고 실패도 수없이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군 제대 후 23살에 고향(대구)에서 붕어빵 장사를 했다. 맛을 개발하고 굽는 온도를 시험하면서 소비자 반응을 보고,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희열을 느꼈다” 며 “첫 번째 창업이었는데 입소문이 퍼져 장사가 꽤 잘 됐다. 나와 창업이 코드가 맞는구나 싶어 복학하면서 벤처창업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방향에 대해선 아쉬움을 내비쳤다. 관(官) 주도의 경직성이 남아있고 △ICT △기술창업 △소상공인 지원 외의 분야는 지원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통 분야인 인테이크푸즈에 대한 창업 지원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 대표는 “정부가 모두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민간 전문가 집단에게 맡기면 좀 더 벤처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작년에 대통령께 편지를 쓴 건 창조경제를 아무리 외쳐도 청년기업가 입장에선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담당 기관이 표면적 성과만 보고 지원하거나 ‘지원금 따먹기’용 서류 작업에 새어나가는 돈도 많거든요. 차라리 지원금을 벤처캐피탈 쪽으로 넘기고, 분야를 다변화하면 저희 같은 비주류 스타트업도 고르게 혜택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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