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체면 때문에 CO2 오류 덮자는 건가

입력 2014-09-02 22:58
수정 2014-09-03 04:06
정부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배출권거래제는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하되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고, 저탄소차협력금제는 2020년 말까지 시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작고 국내 자동차 산업만 망가뜨릴 뻔했던 협력금제 연기는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배출권거래제다. 정부가 기어이 강행하겠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가 산업계 부담을 경감하는 대안을 내놓기는 했다. 감축률 10% 완화, 배출권 기준가격 1만원, 그리고 2015~2020년까지의 BAU(배출전망치) 재검토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배출권 할당량이 너무 낮고, 부담금액만 수십조원에 육박하며, 2009년 당시 산정한 BAU도 실제 상황과 다르다는 산업계 지적을 정부가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배출권 기준가격 1만원만 해도 그렇다. 이게 가능하려면 시장에서 배출권이 부족하지 않도록 정부가 예비배출권을 충분히 풀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예비배출권 양은 업계가 필요한 양에 턱없이 부족하다. 탁상공론이다. 더구나 이런 식으로 가격을 통제한다면 이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나. 지금이라도 법을 개정하면 그만일 일을 정부가 이토록 배출권거래제에 목을 매는 이유가 대체 뭔가.

정부는 국제사회에 이미 약속한 것이라서 안된다지만 설득력이 없다.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이나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은 뭐라고 해야 하나. 또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 등은 아예 생각도 없다. 배출비중이 1.8%밖에 안 되는 우리가 앞서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환경부는 대통령이 이달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점을 끝까지 방패막이로 내세운 모양이다. 대통령 체면이 구겨질 수 있다는 식이다.

사실 환경부가 배출권거래제를 한국의 모범사례로 내세워야 한다고 우길 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배출권거래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환경족(族)이 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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