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브랜드보다 트렌드, 낯익음보다 낯섬을…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

입력 2014-09-01 07:01
편집매장 같은 백화점


[ 김선주 기자 ]
편집매장은 최근 백화점, 아울렛, 홈쇼핑, 면세점 등에 이어 하나의 유통 채널로 자리잡았다. 편집매장이란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다양하게 구비한 의류·잡화 매장을 말한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브랜드를 발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곳이라 유행에 민감한 20~30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알렉산더맥퀸, 필립플레인 등 해외 신흥 브랜드 열풍의 진원지도 편집매장이었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10꼬르소꼬모·비이커, LF의 라움, 한섬의 톰그레이하운드·무이, 신세계백화점의 분더샵에 국내 신흥 디자이너 편집매장인 에이랜드·파슨스가 추가되는 등 편집매장 춘추전국시대다.

편집매장을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은 갤러리아백화점이다. 1997년 국내 최초 편집매장인 지스트리트 494(G-street 494)를 만들었다. 알렉산더왕, 스티븐 알란, 에르노 등 당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했던 해외 브랜드를 발굴해 유행을 선도했다. 특히 에르노는 2010년 이곳에서 소개되자마자 청담동 일대에 명품 패딩코트 돌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일찌감치 ‘편집매장 붐’을 이끌었던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3월 명품관 웨스트를 편집매장 형태로 재단장했다. 국내 최초로 백화점 자체를 편집매장처럼 꾸민 것이다. 브랜드를 구분하는 칸막이를 없애 소비자들에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쇼핑 동선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캐나다의 설계업체인 버디필렉과 협업해 세련된 도시 경관을 시각화했다. 1층에는 화장품 브랜드, 2~4층에는 해외 신흥 브랜드(컨템포러리)를 전면 배치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매장에 올라가자마자 브랜드가 아닌 제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거, 마네킹 하나까지 세심하게 배치했다. 옷걸이에 붙은 라벨을 봐야만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지 알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브랜드별로 소량의 제품만 매장에 비치해 희소성을 강조하는 일반 편집매장과 달리 브랜드별로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을 다량 배치했다. 브랜드 한 곳당 단독 매장을 방불케 하는 규모의 공간을 제공하지만 층별 주제를 달리해 편집매장 특유의 통일감을 유지했다.

오프닝세레모니, 밴드오브아웃사이더, 일라리아니스트리, MSGM, 이큅먼트 등 요즘 ‘뜨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이 집중 배치됐다. 이 중 오프닝세레모니는 캐롤 림, 움베르트 레온이 만든 세계적인 컨템포러리 편집매장이다. 캐롤 림과 움베르트 레온은 오프닝세레모니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산하 브랜드인 겐조의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됐다.

크리스토퍼 케인, 라프 시몬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한정판도 현지에서 공수했다. 라프 시몬스는 크리스찬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브랜드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알렉산더 맥퀸, 비비안 웨스트우드, 스텔라 매카트니 등의 뒤를 잇는 영국 출신 스타 디자이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웨스트 곳곳에 임시매장(팝업스토어)을 배치, 해외 신흥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11일까지 웨스트 3층에서 데님 브랜드 커렌트 엘리엇의 임시매장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세계적인 스타일 아이콘 프랑스 배우 샬롯 갱스부르와의 협업 제품을 판매한다.

유제식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점장은 “웨스트는 기존의 브랜드 중심주의를 탈피해 자신만의 스타일에 집중하는 가치소비의 쇼핑 공간”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스타일 종착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