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부귀를 부르는 中門의 홰나무

입력 2014-09-01 07:01
가을은 괴추(槐秋)다. 괴는 홰나무다. 홰나무 꽃을 따 어사화를 장식하던 음력 7월은 과거시험이 한창이던 초가을이었다. 한양에선 “홰나무 꽃이 노래지면 수험생들이 바빠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영문이름은 차이니즈 스칼라 트리(Chinese scholar tree). 중국 주(周)나라는 세 그루 홰나무 아래에서 세 명의 재상이 천자를 조회하며 국사를 논했다. 삼괴(三槐·세 그루의 홰나무)는 곧 삼공(三公·세 명의 재상)으로 오늘날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국무총리를 뜻한다. 학문을 통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이렇게 길상목이 된 홰나무는 학자수로 재탄생돼 입신양명 선비들의 부적이 됐다.

건설업체 C사의 김 대표는 정원 투어가 취미다. 일본의 이다치 미술관 정원에 매료됐고 미국 버몬트주의 타샤 투터 정원까지 섭렵한 자칭 준전문가다. 7년 전 ㅁ자형 전원주택 안마당에 홰나무 세 그루를 심은 이유는 자식 사랑 때문이다. 송나라 태조 때 왕우는 세 그루의 홰나무를 뜰에 심고, 자손이 삼공의 지위에 오를 것을 예견한다. 그의 둘째 아들 단은 재상이 됐고 삼괴당(三槐堂)을 지었다. 이후 조선 사대부가에서 홰나무 심기 열풍이 분 것은 당연지사다.

김 대표 집 안마당의 홰나무는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나무의 빠른 생장이 안마당을 덮어 그늘을 지우고 바람을 막아 음습함을 더했다. 통행은 불편했고 뿌리의 생장은 건축물을 위협했다. 임원경제지의 “마당 한가운데 나무가 있으면 곤궁해진다”는 구절이 있다. 곤란할 곤(困)자의 생김새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사대부 고택 안채 마당이 텅 비어 좀처럼 초목을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고 경험과학적인 결과론이다.

그런데 같은 책에 “중문에 홰나무를 심으면 3세가 되도록 부귀를 누린다”는 구절도 있다. 특정 장소를 콕 찍어 언급한 것은 수목에 따라 위치가 정해져 있음을 뜻한다. 문 앞 한 그루의 나무는 할 일 없이 한가해지는 막을 한(閑) 글자가 돼 꺼린다. 한데 유일하게 벽사(邪·요사스런 귀신을 물리침)인 홰나무만은 상관이 없다. 다만 집 뒤꼍만 조심할 따름이다.

계곡집(谿谷集) 의정부 영의정 권공 행장에는 “공이 죽던 그해에 정부의 뜰 안에 서 있던 큰 홰나무가 비바람에 부러졌는데 이것을 보고 공이 말하기를 ‘내가 아마 죽을 모양이다’라고 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홰나무와 하나가 된 재상의 모습이다.

풍수학에서 수목은 땅의 기운을 돋아 지력을 통해 기장(氣場)을 형성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집을 짓기 전 먼저 나무 심기를 권했다. 길한 나무와 불길한 나무로 나눠 수목을 선택하고 식재 방위와 위치도 구별했다. 그 중 복록(福祿)을 상징하는 으뜸은 홰나무다.

팍팍한 세상에 가까이 두고 기취여란(其臭如蘭)의 아취로 삼기에 이처럼 든든한 벗이 또 있을까.

< 강해연 KNL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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