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예방·치료 가능한 노쇠현상
노쇠증후군, 노화 아닌 질병
저체중이면 체온 떨어져
면역력 감소→합병증 유발
근력운동·영양관리 중요
[ 이준혁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 추석 연휴는 비교적 길어 오랜만에 부모님·친지를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름살이 깊어지고 허리가 휜 부모님을 보면 가슴 한편이 짠하다. 자주 전화드리지 못하고 찾아뵙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게다가 부모가 명절 때 자녀들에게 유독 많이 하는 거짓말 1위가 ‘아픈 곳이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을 전적으로 믿어야 할까. 이번 추석 연휴에 간단하게 부모님의 건강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방치하기 쉬운 노쇠증후군
나이가 들어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밥맛도 없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심하다면 ‘노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쇠증후군(frailty syndrome)’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의 7%, 80세 이상 노인의 40%가 노쇠증후군 환자에 해당한다. 보통 여자가 남자보다 많다.
노쇠증후군은 △최근 6개월간 5㎏ 이상 체중 감소 △팔다리를 만지면 물렁물렁할 정도로 근육량 감소 △열다섯 걸음을 7초 안에 못 걸음 △1주일에 3회 이상 심한 피로감을 느낌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음 등의 다섯 가지 증상 중 세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의심해볼 수 있다. 한두 가지 항목에 해당되면 노쇠증후군 전 단계인 ‘허약’ 단계로 분류한다.
노쇠증후군을 앓고 있는 노인은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신체 기능도 급격하게 떨어진다. 방치하면 십중팔구 식사하기, 옷 입기, 용변 보기, 목욕하기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장애(disability)’ 상태가 된다. 장애는 수년 내에 누워서 지내야 하는 ‘와상(臥狀)’ 상태를 불러오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노쇠증후군 환자는 일반 노인에 비해 5년 후 사망률이 30%나 높다”며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병’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걷기·근력운동 필수
노쇠증후군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통증, 근육 위축 등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의들은 노쇠증후군에 해당하는 노인의 경우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권인순 서울백병원 내과 교수는 “와상 노인은 감기만 걸려도 위험한 상태로 진행되고,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노쇠증후군이나 ‘허약’ 단계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장애→와상→사망’으로 가는 일련의 과정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쇠증후군 치료는 자신이 노쇠증후군 환자인지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고혈압·당뇨·빈혈·만성폐쇄성폐질환·우울증 등 노쇠증후군을 악화시키는 개별 만성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운동요법’을 꼽는다. 김 교수는 “근력운동 하나만으로도 전신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근력운동은 이왕이면 노쇠증후군에 걸렸을 때보다 허약 단계에서 하는 것이 좋다. 3~6개월 동안 주 3회 30~60분간 운동했을 때 염증조절물질 수치가 감소되고 근력, 유연성, 균형감각을 키움으로써 신체적 활동과 보행속도가 증가된다. 최근에는 스트레칭, 근육운동, 산책로·자갈길 걷기 등의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부모님 건강의 적 ‘저체중’
일본 후생성이 최근 10년간 노인 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만도와 사망률 간의 관계’ 조사에 따르면 마른 노인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보통 저체중이면 평균 체온이 0.5도 정도 낮다. 몸은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급격히 감소한다. 너무 말라 체력이 떨어진 노인들이 합병증을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노인의 저체중 개선에는 영양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박민성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단백질은 육류보다는 생선살이나 두부, 계란 찜 등이 바람직하고, 채소는 줄기나 질기고 거친 잎보다는 시금치 같은 부드러운 재료가 좋다. 육류를 먹을 때는 덩어리보다는 다진 형태가 낫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밥은 흰 쌀밥보다 열량이 높은 콩밥이 좋고, 과일은 토마토보다 딸기, 멜론 등이 열량이 높아 권장한다”며 “특히 노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는 비타민A·비타민B2·칼슘
인데, 이들 성분이 들어간 종합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박민성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인순 서울백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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